지긋지긋한 도미노 게임이라도

너와 계속 하고싶었나봐

by 서화

‘넌 도미노로 어떤 모양을 만들고 싶어? 하트? 비행기? 난 뭐든 좋아! 우리 매일 도미노를 세워서 아주 크고 멋진 모양을 만들어보자! 색깔도 기왕이면 여러 색을 쓰자. 난 보라색을 좋아하니까 보라색은 꼭 넣어야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거야! 아 그리고 꼭 조심해서 놔야해. 도미노는 한 번 삐끗하면 전부 쓰러져버리거든’


3월 10일, 그렇게 시작된 우리만의 도미노 게임.

우린 하루도 빠짐없이 도미노를 세워갔어.


숨을 꼭 참고 눈을 감으며 세운 핑크색 도미노,

설렘 가득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세운 초록색

도미노, 붉게 물든 얼굴을 맞대며 세운 빨간색 도미노.

도미노는 매일 늘어났고 형태도 점점 잡혀가는 듯했어.


근데 어느날 너가 도미노를 아주 삐뚤게 세우는 거 있지. 난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세우면 모양이 이상해진다며 화를 냈어. 근데 또 다른 날엔 내가 삐뚤게 세우고 너가 화를 냈어. 어쩔 때 둘다 이상하게 세울 때도 있었지. 도미노는 날이 흐를수록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 되어갔어.


매일 착실히 쌓아가면 뭐할까, 모양이 점점 삐뚤빼뚤해지는데. 내가 툴툴거려도 넌 아랑곳하지 않고 맘대로 도미노를 세워버렸지. 그래서 나도 홧김에 도미노를 두 갈래로 만들어 내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어갔어.

서로의 속에서 짜증과 분노는 켜켜이 쌓여갔어.


한참을 그렇게 혼자 세워가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너가 나를 불렀어. 너무 멀어진 탓에 소리가 들리지 않아 눈을 찌뿌리고 너의 입을 쳐다봤어.

’ㄱ..ㅡ ㅁㄴ....‘


잘 들리지 않아 몸을 일으킨 순간

’툭‘


너가 말을 걸 때 하필 나는 도미노를 놓고 있었고,

하필 너의 말을 듣느라 도미노에 신경을 쓰지 못했고,

하필 다른 도미노를 툭 쳐버린 거야.


’타다다다닥’

도미노는 손 쓸새도 없이 무너져갔어.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어.

나는 그저 멍하니 도미노를 바라보기만 했어.

8년을 쌓아온 도미노는 8분도 채 안 돼서 전부 쓰러졌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 사실 난 도미노가 하루라도 빨리 쓰러지길 바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 이 지긋지긋한 게임을 끝까지 이어가고 싶었나봐.


넘쳐흐르는 눈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너도 울고있었던 거 같아. 흐릿한 너의 얼굴에서 반짝이는 점을 본 거 같았거든. 너에게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가고 싶었지만 세 걸음 멀어질 거 같은 너의 모습에 발이 떼어지지 않았어. 서로 다가가지 못한채, 이미 멀리 떨어져버린채 우리의 끝을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지.


비록 도미노를 완성시키진 못했지만, 쓰러진채로 남아있겠지. 앞으로도 우리가 함께했던 흔적은 이렇게 남아있겠지. 그거면 됐어.


잘 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