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 많았어요
통증 치료 중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폭우가 아니라 쓰나미인 것을 알아차렸다
내 일상의 평온과 심신의 건강을 포함해
모든 것을 삼킬 준비가 된 거대한 재앙이었다
나는 평생의 습관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끝없이 소모당하며
살 수 있는 건강이 아니기에
몇 걸음 떨어져서 상황을 바라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알아차렸다
나라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것은
친정과 시댁의 양가 가족 모두에게
일종의 요술램프를 가진 것이었다
끝없이 그리고 별 부담 없이 노력과 돈을 요구하고
완벽한 서비스인지 아닌지를 평가했다
내가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후유증을 반복하는
몸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신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쓰러지지 않으면 이 시스템을 끝낼 수없고
감사함을 모르는 양가가족들에게
한없이 당연하게 소모당하는 인생을 살다가
먼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주의 먼지가 되기 전에 너도 한번 행복해보라고
신께서 시간과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처음으로 건강을 잃은 것이 감사했다
나는 죽음을 무기로 쓰는 사람에게
노우라고 거절을 할 마음의 힘이 전혀 없었다
우울증과 자살충동으로 고통받았던 경험이
아이러니하게도
내 평생의 족쇄가 되어
그것을 아는 양가 가족들에게 살뜰하게 활용되었다
그들이 나처럼 될까 두려워
내 등을 반복해서 즈려밟고 지나가도록 허락하고
그것은 습관이 되어 나에게는 의무가 되고
그들에게는 특권이 되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
언제든지 와르르 무너질 준비가 되어있는
모래성 같은 인생을 건너왔다
이태석 신부님이나 법륜 스님처럼
자유의지로
수행과 봉사의 생을 살아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좋은 마음으로 스스로 내켜서
양가의 가족들에게 헌신한 것은
억울할 일도 아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제는 병든 내 육신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피며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노우라고 해야 한다
더 이상 좋은 마음으로 내키지도 않고
그들을 위해서라도 멈추어야 한다
인간적으로 참회하고 철이 들지 모르겠지만
기회는 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너무 아플 때
나는
나와 인연이 깊은 <동료인간>이라고
생각을 정리하고 안전한 거리 두기를 실천한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들을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며
이제는 당신만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말해주는
남편과 아들과 조카들이
너무 고맙다
내 인생을 몰라줘도 할 수없는데
지난날의 노고와 나의 진심을 알아줘서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