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인생의 재난을
간결하고 빠르게 수용하는 것을
최근에 처음으로 해내었다
이런 일에 익숙해지는 것이 삶이다
나 혼자 안전하고 행복하면 안 될 것 같은
여린 마음에
오랫동안 고통의 짐을 내려놓지 못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건강하지 못한 육신이 나에게 선물한 자유가
이제는 고맙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는 제목의
류시화작가의 에세이가 문득 떠오른다
그 책을 아주 오래전에 읽고 공감했지만
이제야 실천 비슷한 것이 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채우면 자유롭고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인생은 자꾸만 나를 비워가도록 가르치고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 억지로라도 비우게 되면서
조금씩 삶이 가벼워지고
오히려 조금씩 단단해지는 행복이 시작되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선택들만 성실히 쌓아가서
그것으로 자신만의 견고한 루틴과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이
평안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것 또한 건강을 잃은 육신이
나에게 선물한 통찰의 길이다
산책과 운동과 독서가 사이드 루틴이었다가
메인 루틴으로 바뀐 사람으로 살면서
허무한 외로움이 즐거운 고독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다크 초콜릿처럼
진한 쌉싸름에서 희미한 달콤함도 느껴지는
이상하고 묘한 매력이었다
아무리 혼자 있어도 그 시간이 부족한
신기하고 낯선 경험들을 통해
이제는 자극적인 즐거움보다는
즐거운 고독에서
나만의 영감을 얻는 것이 행복하다
그리고
그 통찰의 기억들을
다시 흔들릴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기록으로 남기는 시간 또한 즐겁다
멋지고 행복하게 살아달라는 말을
가족들에게 들었을 때도 감동했지만
타인들에게 들었을 때는 너무 뭉클해서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기적으로 살아 돌아왔으니 무조건 감사하고
봉사나 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들보다
훨씬 더 위로가 되고 설득력이 있었다
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