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한파에 중무장을 하고 외출을 했는데
폐지를 수집하는 작은 손수레 하나가
주인장의 떨리는 걸음에 힘없이 끌려갔다
호주머니를 더듬어보니 현금이 없었다
어쩐지 현금을 가지고 나오고 싶더라니...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데
멀리서
남편이 아픈 지인이 지나가고
또 잠시 뒤에는
자식이 아픈 지인이 지나갔다
늘 나에게 몸이 어떠냐고
안부를 묻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길가에는 한 방울의 출혈도 없이
잠을 자듯 죽어있는
이쁜 아기 고양이가 보였다
무릎이 까져서 피가 굳은 딱지를
억지로 떼어내려고 하면
쓰리고 피가 난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떨어지는 것을
굳이 아프게 떼어내면 또 피가 난다
코트 하나는 어머님을 위해 포기하고
봉투를 두배로 준비했다
코트 하나는 사고뭉치 동생을 위해 포기하고
합리적인 대처방법을 냉철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에너지 소모와 감정 소모를 경계하고
실질적인 도움에만 집중하기로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아무튼
아무거나 입어도 이뻐서?? 다행이다!!
누가 먼저 천국으로 가든
살아있을 때 서로 최선을 다하고
생사로 이별할 때 산뜻하게 헤어지자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