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보통은 병문안을 가게 되면
주로 빵이나 쿠키, 과일, 커피, 음료수 등의
간단한 간식거리를 선물로 사간다.
몇 해전 어느 겨울,
등 부위의 만성 통증에 대한
정확한 병명을 알기 위해 며칠간 입원을 해 있는데 친구가 한밤중에 병문안을 왔다.
가볍게 먹기 좋은 소포장의 다양한 과자와 함께
돌돌 말아온 까만 비닐봉지를
조심스레 손에 쥐어 주며
들키지 말고 조금씩 아껴 먹으라며 당부했다.
무엇인지 궁금하여 살짝 열어보니
캔맥주 한 개가 들어 있었다.
애주가가 애주가를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다.
통증에 후달려 수면제를 먹은 상태라
약에 취한 채로 비틀거리면서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웃어 버리고 나면 모든 것이 수월해진다.
그날 밤은 웃음과 감동에 취한 채로
그다음 날은 탄산을 아껴 먹을
유일한 방법인 원 샷에 취해
아픈데도 행복한 신기한 경험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