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중학교 야구부에 소속되어 있던 시절에 연습 경기이든 공식 대회이든 우리 팀의 투수가 마운드에서 투구를 할 때
상대팀의 주자가 만루여서 투수가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면 서울 남자인 코치님이 투수를 향해 외치던 격려의 응원이 있다.
“하나씩, 하나씩!”
그 많은 경기들을 지켜보며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던
하나씩, 하나씩이라는 주문.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나서는
비슷한 상황이 되면 응원석의 부모님들도
하나씩 하나씩을 함께 외쳤다.
상대팀의 주자가 만루에 노아웃인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괜찮아 자신 있게 해! 하나씩, 하나씩.”
을 반복해서 외치며 투수의 집중력을
당장의 한 개의 투구에만 모을 수 있도록 현장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해주던 모습이 가끔씩 떠오른다.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해가 지났다.
살다 보면 처리해야 할 일이나 고민이 산더미처럼 쌓일 때도 있고,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치거나 많이 아플 때도 있고,
모든 것이 끝나지 않을 숙제처럼 보여서
사는 일이 즐겁지 않고 질려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을 외치던
젊은 코치님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그래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자.
당장 해야 하거나 당장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하나씩만 처리하자고 나를 위로하고 응원하면, 언제나 첫걸음이 가능해지고 그 시작은
다음 단계의 용기를 내는 일로 연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