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가끔 위경련이 오면 링거를 맞은 후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서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몸조리를 하면 며칠 만에 금방 회복되곤 했다.
이번에는 급체와 위경련이 함께 동반되어서 인지 통증의 강도도 상당히 강했고 회복이 되지 않아
두 달이 넘도록 구토를 반복하며 고생을 했다.
그러다 보니 죽의 종류를 바꾸어 먹어도
오랫동안 먹어서 물리고, 칼로리도 낮아 쉽게
허기져서 나름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느 날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짜파구리(영화 기생충에 나와서 유명해진 짜파게티 짜장에 구운 소고기를 넣은 것)가 먹고 싶은데 곧 집에 도착하니 함께 먹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유행하는
여러 가지 인스턴트 면 종류를 사 와서
날마다 고명을 바꾸어 가며 즐기는 것을 보며,
죽만 먹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한번 물어봐 주지도 않는 것이
서운했던 기억이 났던 나는,
혼자 걷고 싶으니 나중에 만나자고 답을 하고
가방을 들고 조용히 집을 나섰다.
나는 천천히 단골집인 이탈리안 식당으로 걸어가서 만조 아라비따(구운 소고기가 들어있는 매콤한 로제 파스타)를 시켜서 한 입 한 입 꼭꼭 씹어서
시원한 키위 주스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입맛이 없거나 기운이 없을 때, 사는 게 힘들고
재미없을 때면 레드 와인 한 잔과 함께 한 접시
비우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던
소울 푸드(soul food)를 먹고 나니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식당을 나와 어두워진 공원을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고,
얼굴만 봐도 좋고 목소리만 들어도 좋은
한 동네에 사는 친구를 만나 가로등을 따라
함께 예쁜 길을 걷고 편의점 앞의 벤치에서
모기에 뜯겨 가며 제법 긴 시간 동안 담소까지
나누고 나니 충만하게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부터는 내가 나에게
정말 잘해주자고 마음을 먹게 된 날이었다.
계속해서 그렇게 살다 보면
타인에게 기대하거나 실망하거나
섭섭해하는 일이 줄어들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극진히 살피고 정성껏 배려하면
나 하나로도 충분해서 더 이상은
그 무엇에도 어느 누구에게도
집착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나를 위해, 나 하나로도 충분한
사랑과 배려에 마음을 열고 보니
자유롭고 평안해서
이것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말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가 되는 날을 꿈 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