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by 자유인

취미 삼아 조금씩 써오던 글을

마무리하고 수정해서 드디어 사랑과 배려에 관한 첫 에세이

<누군가의 기적이 되어 주세요

다음은 당신 차례입니다>가 완성되었다.


원고를 서울에 있는 수십 군데의 출판사에

이메일로 보냈지만 투자를 하겠다는 곳이 없었다. 방향을 수정해서 우선 부산에 있는 출판사에서

사비로 소량을 독립출판하고 부산의 향토 서점인 영광도서에서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뒤에

상품성이 있으면 남편이 투자를 하기로 했다.


2020년 가을에 서점에 납품을 시작했는데

두 달 뒤인 초겨울에 영광도서의 베스트셀러

5위까지 진출하고 출판사 사장님과

메이저 시장에 나갈 준비를 했다.

대형서점들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계약 및

물류의 편의를 위한 도서 보관창고 계약을

출판사 사장님이 진행하기로 하고,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는 수정 작업을 반복했다.


감사하게도 책을 읽어 본 모회사의 홍보팀 직원이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더라고 하며

지원사격을 약속했다.

노란색 기적책이라는 애칭이 붙은

첫 작품의 마지막 수정본을 사장님께

이메일로 보내고

아들의 친구 네 명을 초대해 파티를 했다.


그들은 모두 초등학교 동창으로 만나

우리 동네에서 청년이 되도록 한 아파트에 살면서 드라마 응팔(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쌍문동 이웃처럼 엄마들이 주고받는

소소한 먹거리를 이 집 저 집으로

배달 심부름을 다니며 도시의 한 복판에서

시골 사람들처럼 정을 나누며 자라온 아이들이다.


일본에서 2년을 살다가 막 귀국한 A

미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방학에 잠시 집에 온 B

국립대학의 공대에 합격한 소식을 알리며 우리에게 가장 먼저 큰 기쁨을 선사한 C

그리고 야구부의 일정대로 가멸차게 살면서

동네 친구들을 만나기가 힘들었던

아들이 몇 년 만에 뭉쳤다.


근사한 파티를 해주고 싶었는데

내 컨디션이 안 좋아서 아쉽지만

장소만 제공하기로 하고 배달 음식을 주문해서

예쁘게 세팅을 하고 과일을 준비했다.

어린 시절에 유희왕 카드의 희귀 아이템과

플라스틱 대왕 딱지에 영혼을 불사르던

우리 동네의 개구쟁이 꼬맹이들이

듬직한 청년으로 자라나

한자리에 모여있는 것을 보니 벅차게 흐뭇했다.


식사 후 대충의 정리를 끝내고

아이들이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간단히 후식을 챙겨주고 산책을 나갔다.

불과 몇 시간 후에 들이닥칠

큰 비극의 어떠한 낌새도 없었고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

산책을 마치고 들어와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마무리 뒷정리를 했다.


잠자리에 드니

얼마 전부터 계속 반복해서 꾸는

비슷한 꿈의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몸이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허공에 흩날리는데

아무리 멈추려 해도 멈추어지지 않아

이리저리 처박히고 나뒹구는 불길한 꿈이었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는데

그 뒤로 나는 기억이 없고

나중에 의식과 기억이 돌아온 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