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속에 일어난 기적

by 자유인

새해의 아침에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

몸이 조금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하며 내가 쓰러졌고

남편이 아들을 부르고 아들이 119를 부르고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빈속이라고 남편이 말했고

음식을 잘못 먹어 체한 환자가 아닌데도

무슨 착오가 있었던 걸까

의료진이 계속 억지로 게워내게 했고

나는 탈진 속에서 갑자기 의식불명에 빠졌다.


아침에 자기 발로 화장실을 다녀온 멀쩡한 사람이

병원에 도착한 지 두 시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심정지 이후에 10여 명의 의료진이 교대로 하던

심폐소생술을 포기하며 사망 판정을 했고

남편이 오열하며 한 번만 더 해달라고 매달렸다.

의료진이 남편에게 심정은 알지만

이미 사망했으니 가족을 부르라고 했다.


남편이 미친 듯이 나를 흔들어대며 울부짖다가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의료진에게 말하니

착각이라고 했고,

다시 흔들어대며 오열하다가

발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말하니

그렇게 믿고 싶은 거라고 했다.

그리고 보호자가 흔들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고 했다.


남편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심폐소생술을 해 달라고 통곡하며 매달리자

의료진이 전혀 가능성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시행해 보겠다며

다시 전기 충격기를 가동시켰고 몇 번의 충격 후에

거짓말처럼 생명의 신호음이 울리고

멈추었던 그래프가 움직이며

죽은 이의 생환을 알렸다.


하지만 의료진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곧 다시 사망할 가능성이 높으니

가족들을 부르라고 했다.

남편은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친정 가족들과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여

남편이 의사인 내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모두 허둥지둥 달려와 넋이 나간 채로 통곡하는

내 아들을 보며 숨죽여 눈물을 쏟았다.


충격으로 제정신이 아닌 남편에게

나의 자매들도 의사인 내 친구의 남편도

다른 병원으로 옮겨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조언했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 중에 사망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남편이 의료진에게 약속을 한 뒤

구급차를 타고 개금의 백병원으로 향했다.


백병원의 응급실에서 소변과 혈액검사로

패혈증을 확인하고 항생제를 투여하자

빠른 속도로 바이탈이 안정되었다.

그리고 의료진은 이전의 병원에서

패혈증을 발견하지 못해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은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의료사고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사람이 생명을 잃고 한 가정의 평화를

빼앗길 뻔한 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의 진실은

병원을 옮기는 큰 모험을 하지 않았으면

영원히 비밀로 남았을 것이다.


복잡한 검사도 아니고 응급실의 기본 매뉴얼인

소변과 혈액검사로 쉽게 확인되는 패혈증을 놓쳐서

항생제 투여라는 간단한 처치도 못한 채

반복해서 억지로 게워내게 함으로써 탈진하고

쇼크로 심정지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병원을 이원하는 20분 동안에 구급차 안에서

갑자기 패혈증이 생겼을 가능성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