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완성은 자식이다

by 자유인

야구를 하는 아이들은 보통 10년 가까운 세월을

더위도 추위도 고된 훈련도 다 버티고 견디며

소중한 꿈을 키운다.

그리고 마침내 고3에 치러지는

모든 경기와 대회에서 긴 세월을 연마해 온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아 프로 구단에 입단하거나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일부의 학생들은 군대에 입대를 하거나

다른 전공으로 전향하여 진학을 하기도 한다.


야구를 하는 전국의 고3 학생들 중에서

10퍼센트에 해당하는 100명 정도가

프로 선수가 되며 그 100명 중에는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의 야구부 졸업 예정자가

10퍼센트의 비율로 섞여 있으므로

고3 때에 프로에 가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해서

야구를 하게 되면 그들의 목표인 프로에 입단할

확률은 십 분의 일로 줄어드는 셈이다.

그래서 고3을 맞이하고 고3을 보내는

선수들과 가족들의 긴장감은

아이가 잘하든 못하든 고통스럽다.




고3을 코 앞에 둔 새해의 3일째 되는 날

갑자기 엄마가 쓰러져서 의식불명이 되고

수없이 생사를 오고 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아들은 시쳇말로 멘탈이 탈탈 털려버렸다.

완전히 자기의 페이스를 잃고

부상을 반복하면서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고3이 끝나버렸다.


아들은 다른 친구들보다 비교적 늦게

초등학교 6학년의 초입에 야구를 시작해서

운동을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공식 대회에서

MVP가 되고 중학교에서는

한국의 프로야구 역사상 몇 명 나오지도 않은

사이클링 히트(한 타자가 한 경기에서 1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치는 것)를 하며

재능을 드러냈다.


야구에 대해서만은

괴물 같은 집념과 노력을 쏟아부어온

아들의 열정에 4년제 대학도 갈 수 없는 결과를

대면해야 하는 현실이 예전 같았으면

마음의 병이 났을 법도 한데

아들은 무서울 정도로 초연했다.

내가 치료와 재활을 하는 1년 동안 아들은

단시간에 갑자기 철이 들고 어른이 되어 버렸다.




“죽고 사는 것 이외에는 별로 큰일이 없다는 걸

우리 가족은 이제 알잖아요.

우리는 너무 큰 일을 겪어서

진로나 진학 같은 일에 울고 웃을

내공은 아닌 거 같아요.

긴 시간 동안 그토록 열심히 노력하고도

제 기량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한 것이 아쉬우니

대학교에서 한번 더 열심히 야구를 해서

프로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저는 어머니가 제 곁에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그러니 저의 고3에 쓰러지신 거 이제는

마음 아파하지 말고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는 어머니 없이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

어머니가 쓰러졌을 때 제가 가장 힘들었던 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어머니께 잘해준

기억이 없는 것이었어요.

저에게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오래오래 사시면서

제가 하는 효도들 다 받아주세요.

사랑해요, 어머니”




아들은 이런 말들을 수없이 반복하며

하루에도 여러 번씩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혼자 빙긋이 웃기도 하고,

내 컨디션이나 기분이 괜찮은지

매일 빠짐없이 묻고 살피며 살뜰하게 챙겨주었다.

야구에 몰입하며 건강하고 건전하게 자라 주었고

착하고 반듯한 인성으로 멋지게 자라준 아들이

기특하고 대견하고 고마웠다.

아들에게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남편과 나는 그런 아들을 함께 격려했다.

아들이 야구를 열심히 하고 잘해서

사랑한 것이 아니라

존재만으로도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했음을.

그리고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든지

야구를 하던 것처럼 열심히 하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음을 응원했다.

그리고 대학교 야구부에서 한번 더 준비하고

도전해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즐겁게 최선을 다해 보고,

그다음은 인연을 따라 운명대로

또 씩씩하게 흘러가 보자고 아들을 격려했다.




인간이 자신의 건강과 생명만큼

강한 집착을 느끼는 대상은 자식일 것이다.

그래서 비움의 완성은 자식인 듯하다.

남편과 나는 아들을 통해

더 성숙한 비움을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속도대로

비움을 완성해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대로 모든 것이 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