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큰 행운

by 자유인


내가 5개월 만에 다시 거동이 가능해 지자

남편이 일을 알아봐야 하겠다고 말한 지 이틀 만에 그가 평생을 일해온 업계의 중견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메이저 지점의 지점장으로 이사대우로 가게 되었으며

믿기 힘든 큰 행운이었다.

재취업이 쉽지 않은 나이에

좋은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되고 회장님으로부터

능력과 인품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으니

열심히 해보라는 말씀을 듣고

남편이 감격스러워했다.

성실함으로 무장한 남편이 유능함과

인품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으니

얼마나 행복했던지 한동안은

연신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계속 내 얼굴을 보며 싱글벙글 웃기도 했다.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우리 부부의 친구들과 지인들의 축하 인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첫 출근 날에 지점장실을 가득 메운

꽃바구니와 화분들을 보며

회사의 화분을 관리하시는 담당 대리님께서

이렇게 많은 축하 선물을 정리해 보기는 처음이라며 함께 즐거워했다고 한다.

내 친구들은 남편을 그 회사에 보내고 싶어서 일부러 쓰러진 것이 아니냐며

모두들 자신의 행운인 것처럼 축하해 주었다. 예전에 남편이 가는 회사마다

자신의 재능과 노력에 비해서

그에 걸맞는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말을 여러 번 내게 했던 기억이 나서

나는 새삼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이

꿈만 같고 감격스러웠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떠올랐다.

비극과 희극이 연결되는 중심에는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의 추가 돌아가고 있음이 진리인 것을 한번 더 경험하게 되었다.


내가 쓰러지자 남편은 최선을 다해 돌보고 싶다며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고 직장까지 그만두고

손수 정성껏 간병을 했고 간병이 끝나자 커다란 행운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가 내 간병을 선택한 이유로

지난 긴 세월 동안 가족과 세상에 대한 나의 헌신을 보상해 주고 싶어서라고 말해 준 것이

내게는 이번 생의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 들어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우리의 소식을 듣고 세상에 그런 남자가

또 어디 있냐고 말한 지인을 한 번씩 떠올려 본다. 그런 남자는 내가 인정머리 없이

계산적이고 이기적으로 사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나 자신과 우리 식구만 챙기면서 아름다운 개인주의를 운운했다면 이런 남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함께 사는 사람의 이기심에 의해서도 단련이 되고 물드는 존재이며

그렇게 이기심으로 단련된 그 칼 끝은

필연적으로 서로를 향하게 되어 있다.


우리 부부는 오지랖 넓은 바보라고

비웃음을 살 정도로 세상과 타인에 대해

아낌없이 배려하고 살았고,

특히 약자에 대한 연민에 헌신하는 삶을

긴 세월 동안 함께 의논하고 실천해 왔다.

우리는 소박한 우리의 형편 안에서 나누며 살자고 서로를 다독여가며 사랑으로 물들였고

서로에게 사랑을 권하는 삶을 살았다.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어려운 시절에 조차 우리는 작은 나눔들을 실천해왔고

신기하게도 마치 보상처럼

더 큰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형편으로

계속해서 우연히 삶이 연결되어 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실수도 많았고 완벽하지도 않았으며 시시해 보이는 갈등이나 다툼도 있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헌신해온 세월이 부정될 수는 없다.

좋은 실천에도

소소한 갈등과 실수는 동반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우리가 그렇게 사는 사람들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지만 하늘이 준비해 주신 축복도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며 누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