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입원 중이었을 때 앞집 사모님이
물어볼 것이 있어 우리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가
아들에게서 나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고 한다
그분이 다른 이웃들에게 내 소식을 전하며 함께
기도해 주실 것을 요청했고, 종교와 나이를 떠나
정말 많은 분들의 응원과 기도가 있었음을 나중에
퇴원 후에 전해 듣고 감동을 받아 가슴이 뭉클했다.
그녀는 감정과 표현의 변화가 별로 없는 굉장히
조용한 분이신데 한참 후에 내가 다시 걷는 것을
보게 되었을 때 내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좋아서 펄쩍펄쩍 뛰셨다.
퇴원 후 며칠 뒤에 병원의 외래진료 차
남편의 부축을 받아 집을 나섰다가
경비 아저씨와 우리 라인의 청소를 하시는
여사님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오랫동안 보아온 그분들이 이게 다 무슨 일이냐며
눈물을 훔쳤고 야쿠르트 언니도 쾌유를 빌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꼭 잡아 주셨다.
누군가는 우리 집의 불이 다시 켜졌는지 보려고
밖에서 층수를 세다가 눈물을 터뜨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평생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간절한
기도를 매일 했다고 한다.
자기 남편의 간병으로 잠시도 자리를 비우기 힘든
지인 K가 퇴원 소식을 듣고 퇴원 선물과 돈봉투를
들고 찾아왔다.
서로에 대한 존경심으로 막역하게 지내는 사이라
내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슬퍼할
그녀이기에 조금 더 걷는 연습을 해서 만나리라
마음을 먹고 현관문 입구에서 잠시 인사를 나누고
포옹만 하고 헤어졌다.
그녀의 남편이 병을 얻어 일을 그만둔 지
여러 해가 지났으므로 큰마음을 먹어야 했을
돈이 봉투에 들어있어 가슴이 먹먹했다.
집 앞에 샌드위치를 걸어놓은 친구,
식재료를 보내준 친구, 과일을 보내준 친구,
간식과 음료를 챙겨 온 친구,
그리고 갖가지 반찬을 해서 여러 번 보내주신
고마운 분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온정과 배려가
퇴원 후의 회복기간 동안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모두 너무 감사했고 큰 위로가 되었다.
진심을 담은 따뜻한 응원의 문자를 매일
정성스럽게 보내준 두 친구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일을 그만둔
남편의 결단으로 인해 생활비가 걱정되었는지
남편의 지인들은 급한 대로 우선 쓰라며 모두들
약속을 한 것처럼 돈을 보내왔고
덕분에 돈도 돈이지만 너무도 큰 위로가 되었으며
깊은 감사와 감동을 느꼈다.
지금도 잊지 못할 선물 중에 하나가
연동 시장의 순대이다.
남편의 절친인 J이사님이 내 간병으로
외출을 못하는 남편에게
뭐가 제일 먹고 싶으냐고 물었는데
남편이 연동시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소주 한잔씩 하던 순대가 생각난다고 했다.
몇 시간 후에 그가 추위에 식어버릴까 걱정되어
순대를 코트 속에 품고 와서 전해주었던 일을
잊지 못한다.
남편과 함께 따뜻한 온기가 남은 순대를 먹는데
계속 목이 메었다. 목을 다쳐서 생긴 삼킴 장애
때문만은 아니었다. 따뜻한 사람들의 온정에
감동하여 가슴이 먹먹해져서였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사람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영혼에 새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