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이 위대해지는 법

by 자유인

우리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아주 긴 구간에 걸쳐 하천이 흐르고

그 주변을 소박한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 있다.


나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이십 년 가까운 긴 시간을

그 공원을 걸으며 살았고 어느덧 그곳은

내 마음의 겐지즈 강이 되어 있었다.

인도 사람들에게 겐지즈 강이 영혼의 성지가 듯

나에게도 그 수변 공원은 소중한 장소가 되었다.


유명하거나 화려한 곳도 아니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장소도 아니었지만,

그곳을 걸으면 생각과 감정이 정리되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30대까지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고층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40대 하고도 중반을 넘어선 지금에 와서는

살아있는 날까지 건강하게

수변 공원을 걷는 것이 나의 꿈이 되었다.


그 소박하고 소중한 장소를 산책하던 어느 날

나는

반대편으로 건너가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심코 돌다리를 건너가

약간 어두운 반대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두 사람의 안식처(?)를

보게 되었는데 한쪽은 때가 묻어

원래의 색을 알 수 없는 이불 한 채와

너덜너덜해진 비닐 가방이 놓여있는

이른바 가난한 홈리스였다.

반면 다른 쪽은

알록달록 예쁜 색의 이불과 베개 주변으로

노란색 우산이 파라솔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낚시용 간이 의자도 놓여 있고

각종 살림살이들과 몇 권의 책과 가방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이른바 부자 홈리스였다.


소박한 거처의 주인은 돌아 누웠고

이웃의 화려한(?) 거처의 주인은 자리를 비운 듯

아무도 없었다.

묘하게 대비되는 그 광경이

인상적으로 머리에 남은 며칠 뒤

우연히 그곳을 다시 지나며

더 흥미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부자 홈 리스로 보이는 남자와

가난한 홈리스로 보이는 남자의 사이에

멋쟁이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학생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음식을 펼쳐놓고

서로 건배를 하며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신나게 대화를 하면서 조촐한 파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와 분위기로 볼 때 그 음식들은

남학생이 사 온 듯하고 부자 홈리스 아저씨가

가난한 홈리스 아저씨를 초대한 듯했다.

나는 그들의 흥겨운 분위기에 저절로 웃음이 나고

가슴에서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이 올라왔다.


우리들 같은 보통 사람들이 위대해지는 순간이

저런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

보통사람들이 위대해지는 법은 단 하나,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 명쾌하고 단순한 진리를 한번 더 확인한 곳이

바로 내 영혼의 겐지즈 강인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배우기 위해 지상에 머문다고 말한


공지영 작가의 글귀가 문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