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에 문제가 생겼다
붉게 변색되는 부위가 점점 커지고
변색된 부위의 돌기가 거칠어지면서
맛을 느끼는 미각도 둔해지고
예전보다 삼킴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동네의 이비인후과를 가니
우연히도 의사 선생님이 혀전문으로
석사논문까지 쓰신 분인데
암이 아니라고 본인은 확신하지만
혹시 모르니 대학병원의 설암 검사를 권하셨다
내가 귀찮아하며 패스하려니
자신의 가족이어도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했을 거라며
진료 의뢰서를 써 주시면서 검사를 당부하셨다
온라인으로 큰 병원에 예악을 하니
두 달 후로 진료날짜가 잡혔다
며칠 전에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동반한 진료를 받았다
결과는 예상대로 암이 아니었고
원인은 치약을 묻힌 채 칫솔을 오랫동안 물고서
글을 쓰거나 수정하는 나의 나쁜 습관을
교수님께 고백하니 본인이 원인을 알아내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우연히 병원에 가기 전날에
양치를 하다가 글을 쓸 아이디어가 떠올라
20분 정도 칫솔을 입에 물고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타이핑을 하다가
대충 쓰고서 양치를 마무리하는데
혀가 화끈거리고 아팠다
아차 이게 원인이었구나!!
하고 그 순간 깨닫게 되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에
대충의 느낌을 기록하지 않으면
연기처럼 그 영감이 사라져 버린 경험이 많은데
양치를 하면 어떤 소재나 주제거리가
불쑥 생각나곤 했던 것이다
치아를 미백하고 입냄새를 없애줄 정도로
강한 화학약품의 조합물인 치약을 20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물고 있는 나쁜 습관이
혀에 일종의 화상을 입힌 셈이다
나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니
다행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시면서
약을 처방해 주셨다
어디에든 무엇에든 오래 머무르는 것이
화를 자초하는 것 같다
치약 속에 혀가 오래 머물면 화상을 입듯이
슬픔과 근심과 고통에 오래 머물면
마음이 병들고
생활이 무너지고
관계를 파괴한다
그리고
성공으로 인한 자아도취에 오래 머물면
자만하여 자신의 내적 성장을 둔화시키고
쉽게 적을 만들어
세상의 시기심과 싸우게 된다
혀의 화상 덕분에
그 무엇에도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기가
큰 지혜임을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