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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May 19. 2024

부드럽고 따뜻하게

뒷마당을 산책하다가 죽은 나무토막을 보았다

만져보니 살아있는 나무보다

퍽퍽하게 메말라있었다

문득

갈대숲의 봄과 가을이 떠올랐다

봄에 싱그러운 물기를 머금은 그린의 갈대숲과

가을에 물기와 생기를 날려버린 베이지의 갈대숲


잠시 

함께 산책을 나간 강아지 <마루>

쓰다듬어 보았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문득

장례식의 입관식에 마지막 인사를 하며

고인의 손을 만졌을 때 차갑게 굳어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죽은 존재의 성질은

차갑고 메마르고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동식물을 막론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은

부드럽고 따뜻하고 촉촉하다


그래서

생명의 질은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며

그러한 생명의 본질을 거슬러

팍팍하고 차가운 마음씀

반복해서 선택하면

결국에는

자신과 자기의 인생을 메마르게 하는 것 같다


희망의 물기를 머금고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아주 작고 사소한 온기와 부드러움이

생기 있는 하루의 씨앗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하루가 오랫동안 쌓여서

스스로도 아름답고

세상도 아름답게 만드는

한송이의 꽃처럼

향기로운 인생을 만들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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