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반복해서 읽은 북유럽 동화에
<세 가지 소원>이라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살면서 가끔
그 동화가 생각나는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가난한 나무꾼 부부 앞에 남루한 노파가 나타나 배가 고프다고 하자
그들이 노파에게 빵을 조금 나누어 주었다
노파는 맛있게 먹고 나서 요정으로 변했다
그리고 요정은 그 부부에게 보답으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들은 소원을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기회를 아껴두기로 했다
어느 날 나무꾼이 일을 하다가 너무 배가 고파 별생각 없이 소시지 하나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갑자기 그들 앞에 소시지 하나가 떨어졌다
하나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을 깨달은 나무꾼은
자신의 무지함에 허탈해했다
소중한 기회를 경솔하게 써 버린 남편의 멍청함에 화가 나서 나무꾼의 아내는 그깟 소시지 따위는 당신의 코에나 붙여버리라고 화를 냈다
그랬더니 소시지가 나무꾼의 코에 붙어 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소시지를 코에서 떼어달라고
마지막 소원을 빌었다
오늘 아침
잠시 환기를 시키고 나서
체리향초의 달콤한 향기에 기분이 좋아져서
남편에게 신이 들어주신다고 생각하고
세 가지 소원을 말해보라고 했다
1번
일주일에 두 번 밖에서 술을 마시고 싶어
우여곡절 끝에 개정법은 일주일에 한 번이다
신법우선의 원칙^^
2번
귀가시간이 1시였으면 좋겠어
현행법상 통금은 11시이다
내가 조용히 웃으면서 눈으로 레이저를 쏘았다
그가 잠시 눈치를 보더니
3번
1번 2번 다 취소할게
ㅋㅋㅋ
동서고금을 초월해서 남편들은
왜 이렇게 다 개구쟁이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