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최초의 불씨이다. 거대한 화재의 발화지점. 나를 불태워버리는 최초의 시작. 최초는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이다. 세상을 알기 위해 내딛는 첫 걸음이며 칼에 찔린 순간이며, 누군가가 나를 두고 가는 뒷모습이다.
예술은 삶을 알아가기 위한 탈춤이다. 나아가 탈을 불태우는 화형식이다. 유희가 아닌 살풀이다.
살을 풀며 지껄이는 헛소리다. 헛소리는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나는 나에게 뭔가를 묻고 있다.
마음에 안 드는데 왜 그렇게 살아? 최초엔 대답이 없다.
최초의 불씨는 화상(火像)이다. 꺼내지 않고선 버틸 수 없는 끓는 점이다.
최초의 불이 꺼질 때 예술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