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선호사상
내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_1 : 남아선호사상
내가 연애를 못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선, 나를 둘러싼 환경과 사회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남아선호사상이 깊이 자리 잡은 가정에서의 경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부분을 떠올릴 때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문득 생각난다. 남아선호사상과 남녀 차별로 상처받은 김지영이 결국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이야기. 당시 책이 큰 논란이 되었고, 사회적으로 남아선호사상에 불을 지폈던 것도 기억한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책보다 실생활에서 겪은 차별은 훨씬 더 심각했다.
나는 90년생이다. 엄마가 날 일찍 학교에 보내는 바람에, 사회적으로는 89년생으로 살아왔다. 첫째 딸로 태어난 나는 연년생 남동생이 있다. 이 연년생 남동생은 30대손이지 32대손인지 아주 장손의 장손이라고 해서 어렸을때부터 유별나게 할머니들과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어느정도였냐면 친할머니는 당연 ‘ ‘엄마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최고 였다. 외할머니댁은… 그래도 같은 성씨가 아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겨울 눈이 많이 오던날 나랑 사촌언니는 손을 오돌오돌 떨며 마당의 눈을 다 쓸면 우리동생은 따뜻한 거실 안에 만 있었다. 그래도 용돈은 똑같이 받았다.
종손이라고 갓을 쓴 할아버지들이 제사를 지냈던 제사당에 가족들이랑 간 적이있다. 나도 같은 성인데도 불구하고 제사당에서 여자라고 쫓겨났다. 갓 쓴 할아버지가 곰방대인지 회초리인지 들고 나에게 나에게 다그쳤다. 그 당시에도 상처였는데 지금의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째서 나도 같은 성씨인데 왜 내가 뭐 잘 못한 것도 없이 그냥 그 제사당 안에 있었을 뿐인데 말이다.
이런 아주 사소한 것부터 큰 것 까지 난 남녀 차별을 심하게 받아왔다. 심지어 우리엄마는 남녀가 역할이 엄격히 구별이 됐다. 게다가 남자를 매우 선호하는 아주 뼈 속 까지 남아선호사상이 박혀있는 아주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매일 엄마의 취향이 담긴 흰색 타이즈에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고 다녔다. 머리는 항상 꽉 쪼매진 양 갈래 머리였다. 항상 단정해야하고 구두 신었으니 뛰면 안되고 치마 입었으니 다리 벌리면 안되었다. 내 스스로 표현할 수 없었고 여성성 밖에 표현할 자유가 없었다.
사실 82년생 김지영 소설 책이 논란이 되고 영화로도 한번 더 논란이 되고선 책을 보았는데… 도대체 왜 논란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실상은 더 심하고 억압받았는데.. 심지어 이건 소설이잖아! 사실을 얘기하라고!!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나는 남녀차별을 심하게 받고 자랐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자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남성을 경쟁 상대로 여기게 되었다. 남성은 내가 이겨야 할 대상이었고, 어딘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나의 무의식에 자리 잡았다
더욱이 ‘엄마 아들’은 심지어 여자보다 예쁘게 생겼다. 시대와 타이밍만 잘 만났다면 연예인이나 아이돌이 될수 있을정도로 잘생겼다. 그러다보니 어렸을때 둘이 다니면 ‘동생은 이쁜데 너는 여자인데 왜 이러니?’ 또는 ‘동생 눈이 너한테 왔어야하는데..’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러한 비교와 차별이 쌓이며, 내 속 깊은 곳에 남성에 대한 경쟁 의식이 자리 잡았다. 남성을 진정으로 신뢰하고 연애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게 내 연애를 못하게 된 이유의 첫번째이자 근본적인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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