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아일랜드 워홀러의 일기
한국 나이 34살.
워킹홀리데이.
대한민국과 워킹홀리데이에 해당하는 국가 간 맺은 상호 간의 비자로 만 30세 이하의 청년들을 위한 양 국가의 청년들의 문화 교류와 취업을 할 수 있는 비자이다. 아래에서 간략하게 '워홀'이라 칭하겠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아일랜드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행을 중단했다. 그 기간만큼 나이를 상한 했고
2023년 2월 법이 또 한 번 개정이 되어 만 34세 미만 나이까지 늘어났다.
어쩌다 왜 이 아일랜드 워홀을 공고문을 봤고 기간을 놓치지 않았으며 신청을 했고..
신청을 한다고 다 뽑히는 게 아니다.
딱 300명만 뽑힌다는데 그것도 랜덤으로!
그 300명 안에 들어 버렸다.
신청 기간 만 나이 33세였고 다행히 나이가 넘치지 않았다.
운이 좋은 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겠다.
되자마자 주의에서 하는 말이...
진짜 갈 거야?
가면 나이가...
너 경력은?
결혼은?
갔다 와서 어쩌려고?
나를 애정스러운 걱정이지만
듣기는 좀 거북했다.
34살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고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데
나는 왜 워홀에 왔는가
왜 또 이 불안함을 가지고 새로운 곳에 시작해야 하는가 생각하게 된다.
나는 편안함을 추구하기를 싫어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남들이 가는 길 자체를 그냥 다 가기 싫은 청개구리인 건지
정말 내 야망의 소리 대로 이끌려 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근데 인생 정답이 없지 않지 않는가.
꼭 그들의 정답대로 가야 하는가?
한국에 있으면 느낀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물론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피부로 분위기로
공기 속에 퍼지는 그 느낌으로
생물학적으로 여자는 아기를 가져야 하니 아무래도
남자와 비교하면 여자는 정해진 나이가 있다. 애를 낳을 수 있는 나이
그 나이 전까지 결혼을 어떻게든 다들 해서 행복 한 가정을 만들려고 하는...
아기를 가져야 여자로서의 의무와 기능을 하는 느낌이랄까
결혼도 그래서 다들 바득바득 하는 거 같고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면 수산시장에 놓여있는 고등어처럼
오래된 신선하지 않은 고등어가 되어 팔지 않고 음식물쓰레기가 되어
기능을 다해버리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 느낌을 받고 있었지만
부정하며 난 그냥 나대로 살래
혼자 살 꺼니 돈이나 많이 벌어서 좋은 요양원이나 알아봐야지 했다.
그래도 주변에서 남자 친구가 있어도 결혼은 다른 문제이니 선을 보고
소개팅을 일주일에 다섯 번이고 보고
결혼을 어떻게든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고
티브에서는 --솔로, 돌싱들도 나와 다시 결혼을 하려고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왜 그렇게들 혼자는 못살까 싶다...
여하튼 내 나이에 대해 실감하고
그 나잇값에 대해 아주 처절히 느꼈다.
근데 내가 왜 나잇값에 맞춰 따라야 하며 거기에 맞춰 살아야 하며
누가 그 나잇값을 설정에 살아야 함에 지쳐 나가떨어졌다.
뭔가 억울했다. 나잇값! 나잇값에 맞춰 좀 행동하라는 게 너무 싫다 정말.
그래서 중이 절이 싫어 떠나 버린 거다.
좀 더 이상하게 편하게 막살고 싶다.
뭐 할지 어떻게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계속 불안할 거다. 원래도 불안했다. 원래 인생은 불안한 거 아닌가? 앞날은 아무도 모르잖아.
#오늘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