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진짜 죄송한데요. 정말 모르시는 거죠? 제가 형을 의심하는 건 진짜 아니에요"
스케줄을 가는 차 안에서 매니저 수현이 홍주에게 계속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라며 물었다. 그 날, 송한의 집에서 까르띠에 시계를 본 적 없냐는 거였다.
"아 글쎄. 몇 번을 말하냐고. 난 본 적 없어. 그 날 다들 취해서 제정신도 아니었어. 너 진짜 나 의심하냐."
"아니...저 송한이 형이 거의 울다시피 저한테 전화가 와서요. 거기 있었던 다른 형들한테도 다 물어 봤어요. 형한테만 물어본 게 아니고."
"난 그 날 일찍 갔어.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남은 걔네들이 더 의심스럽지 않겠어?"
"아니..저...진짜 제가 형을 의심하는 게 아니고요. 사실 송한이 형이 형이 화장실 갔다 온다고 하고 송한이 형 드레스룸에 있었다고...그러고선 사라졌대요. 그래서..혹시 본 거 없는지 물어봐 달라고..."
"와..너 진짜 나 의심하는 구나? 진짜 너 내가 실장님한테 말해서 혼 좀 나게 해줄까? 너 누구 매니저야 대체? 송한이가 그렇게 좋으면 송한이 매니저 해. 왜? 걔네는 너 안 써 준다냐!"
"아니. 형. 진짜...그냥 여쭤보는 거였어요. 송한이 형이 너무 간절하게 물어봐서.."
"그놈의 송한이 송한이!!!!!! 한 번만 더 그 이름 말해봐! 아오!!"
홍주는 사실 불안했다.
불안해서 더 매니저를 몰아 붙였다. 스케줄 때문에 이틀 만에 만난 매니저는 홍주를 아침에 만나자마자부터 지금까지 계속 시계의 행방을 물었다.
'그 자식 아마 날 의심하고 있는 거겠지. 그 날 그냥 차보지 말 걸 그랬어. 왜 그랬지 내가 진짜 왜 그랬지 아오'
후회됐지만,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었다. 생각보다 커진 일에 홍주는 오늘 스케줄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다. 이미 오전 스케줄도 엉망으로 끝내 버렸다.
찝찝한 마음을 안고 두 번째 스케줄 현장으로 가고 있었다.
지이잉
혜정의 dm이었다.
@hongjoostar_offical
홍주야. 좋은 생각이 났어. 이따 시간 언제 괜찮아?
@hyejeonggggg
무슨 좋은 생각.
@hongjoostar_offical
시계 말이야. 그거 안 들키고 송한이 집에 다시 갖다 놓을 수 있어.
홍주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홍주는 매니저에게 물었다.
"흠흠. 저기 오늘 스케줄 끝나면 몇시쯤 될 것 같냐?"
".....아마도 9시쯤 될 것 같습니다"
매니저는 앞만 보고 말했다.
말투가 평소보다 딱딱했다. 아까는 좀 심했나.
하지만 솔직히 홍주도 매니저에게 쌓인 게 많았다. 자신의 담당이면서 툭하면 홍주에게 송한이 이야기를 꺼내는 매니저에게 서운했다. 이제는 게다가 자신을 의심까지 한다. 그래서 홍주는 당장은 매니저에게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홍주는 매니저 눈치를 살피다 휴대폰 자판을 빠르게 쳤다.
@hyejeonggggg
이따 9시 반. 그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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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죽은 임동식 부인 오상은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
"흠..저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강남경찰서 이주현 형사입니다. 2년 전..부군 사건을 맡았던..."
"...."
오상은은 대답이 없었다. 한숨 소리가 들렸다.
"네...그런데요"
"저. 다름이 아니오라...제가 오랜만에 사건 파일 보다가 뭐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오래 걸릴 거는 아닙니다."
".....저는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은데요. 그 사람과 관련해서는"
예상했던 대로 냉랭한 목소리였다. 오상은은 경찰 수사 중에도 협조가 쉽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에 대해 방송에서 보도됐었던 만큼 충격을 받거나, 슬픔에 차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사모님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이제 와서 제가 뭘 협조해야 한다는 거죠? 필요한 건 이미 그 때 다 말씀드렸을 텐데요. 전 그때 골프 모임이 있어서 사망 추정 시각에 집에도 없었다고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어서 금방 신문 대상에서도 제외되지 않았었나요?"
그녀는 확실히 2년 전과 달라졌었다. 카메라와 주변 사람들을 의식해 울먹이며 거의 대답도 하지 못 했던 2년 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조리있고 똑부러지게 이 형사에게 되물었다. 과연, 유튜브와 방송계를 종횡무진할 법한 대담한 태도였다.
"아...그게 사실 임동식 씨와 관련해 그 때는 여쭤보지 못 한 게 있었는데요."
"....저 형사님. 저한테 이러시지 마시고 제 대리인 김동훈 씨와 연락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번호를 알려드리죠. 010..."
그녀의 변호사이자 연인 김동훈을 말하는 듯 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임동식과 관련해 화제를 피하자 이 형사는 더 궁금해졌다. 이 형사는 오상은의 말을 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저 빠르게 여쭤보겠습니다. 임동식 씨가 쇼핑중독이었습니까? "
"....네?"
"그러니까 물건 사들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냐 말입니다."
".....그건..그건 나도 잘 모릅니다. 제가 방송에서도 자주 말했듯이 저희는 쇼윈도 부부였어요. 그 사람이 밖에서 쇼핑을 하든, 뭐 사재기를 하든 저는 몰랐단 말입니다. 그 사람 방에 물건이 그렇게 쌓여있던 것도 몰랐어요. 저는 그 방에 절대 출입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방에 뭐가 있는지 아무 것도 몰랐어요 저는."
"혹시 임동식 씨 재정 상태는 어땠습니까? 빚이 많았다든지..."
"....그런 것까지 왜 묻는 거죠?"
"그냥..아시다시피 임동식 씨는 죽은 내연녀 김수연 씨에게 한 달에 한 번 못 해도 두달에 한 번은 이백만 원씩 송금했었죠. 꽤 오랜 기간 동안요. 그리고 방 안에는 뜯지도 않은 값비싼 물건들이 꽤 많아 보였습니다. 평소 돈 쓸 일이 꽤 많던 분 같았죠."
"...."
"물론 죽기 직전까지 드라마 활동을 하셨던 분이긴 하지만...그래서 그냥 여쭤 보는 겁니다.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닙니다."
"....빚은 없었어요. 집도 현찰로 구입한 거고, 수입은 건물 월세도 있고 꽤 됐습니다."
"아...네... 알겠습니다. 협조 감사합니다."
"저기요. 형사님 성함이 어떻게 되셨죠?"
"이주현입니다"
"네 이주현 형사님. 잘 들으세요. 제가 형사님 계신 서 서장님 부부랑 꽤 친한 것 알고 계시죠? 아직도 같이 골프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또 이렇게 쓸데없는 걸 물어보려고 저한테 전화하셨다가는...제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거라는 거만 알아두세요. 끊습니다."
'이거 정말 갈수록 이상한 걸'
이 형사는 가슴팍에서 수첩을 꺼내 그녀와의 이야기를 메모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