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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새싹의 실험실 Jan 25. 2023

일과 휴식의 경계

하루종일 휴식을 해본 날이 기억이 안 난다

월급을 받는 것과 내 사업을 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쉬어도 쉬는게 아니다.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별 생각 없이 '일이 많으면 좋지, 행복한 고민이네'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면, 지금은 과로로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상황을 직접 겪으니까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얼마 전부터 몸이 삐그덕대는게 느껴져서 병원 순례를 다녔다.

잠 자다가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는 일이 반복되자 정형외과를 갔고,

어지럼증과 구토 때문에 내과와 신경외과를 갔다.

오늘은 심지어 한의원을 다녀왔다.


그런데 MRI나 X-RAY 검사, 그리고 피검사 결과 큰 이상은 없어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엄살을 피우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들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라고만 얘기할 뿐이다.

분명히 몸이 어딘가가 망가진 것 같은데 명확하게 병명이 없다. 한의원에서는 전반적인 신체 기능 및 간 기능이 저하되었고 전정성신경염(처음 들어본다)이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내 나름의 결론은 이렇다.

지난 몇 달간 여러 일을 병행했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에 억눌려 있었기 때문에 신체로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 억지로 일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지금 몸이 보내는 이 신호를 무시했다가는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카톡을 보내면서 팀원에게 양해를 구했다. 


앞으로 며칠간 몸 망가진 것을 좀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운동을 계속 하려는데도 몸이 고장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지금 휴식을 취하던 정식 검진을 받든 하는게 장기적으로 우월전략인것 같습니다. 저도 평소에는 건강한 편이라 2-3달 간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게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정식 출근은 안하고 매일 처리해야할 일은 집에서 처리하겠습니다. 이슈가 있을 경우 전화로 얘기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해서 죄송스럽습니다.




그런데 막상 쉬는게 잘 되지 않는다.


내가 매일 책임져야 하는 고객들이 있고, 이들에게 고객감동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공부하고 발전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막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 모멘텀을 놓쳐버리기 싫다는 생각이 크다. 얼마나 오랫동안 지금과 같은 기다려왔던가.


결국 오늘도 일종의(?) 재택근무를 하고야 말았다.

고객 상담, 마케팅 전략 기획, 관련 서적 독서를 했다. 일한 시간의 절대량은 평소보다 훨씬 적었지만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나에게 가능하지 않았다.


내가 주인인 회사의 사업을 하는 것인만큼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에도 끊임 없이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내가 자식을 가져본 적이 없지만 이런게 자식이 있는 기분이 아닐까 싶다.


사실 무엇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 내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쉴 때 확실히 쉬어야 일할 때 확실히 일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보다 경험이 많은 독자들의 조언을 받고 싶다.


아예 내려놓고 쉬는 것이 맞는 것인가.

고객에게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사업을 생각하지 않고 쉬어버리다가 애써 만들어낸 모멘텀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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