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끝나고
기말고사 기간 동안 사업 아이템 아이디어가 솟구쳤다.
공부하기 싫어서인지 창업에 시간을 쏟고 싶었고,
어느새 아이템 발굴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아이템을 선정할 때, 나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따르려고 한다.
예컨대, 의식주와 연관된 것이라면 '근본적인' 욕망과 관련이 있다. 누구나 잘 입고 먹고 살고 싶어하니까. 또 다른 예시로는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시장인 교육시장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자식이 양질의 교육을 받기를 바라니까.
해소되지 않는 욕망을 해소해주는 것이 사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찾은 시장은 대부분 큰 시장이다. 일반적으로 큰 욕망 = 큰 시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새로운 욕망을 찾아 그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창의력을 발동하기보다, 이미 있는 문제 중에서 아직까지도 해결되고 있지 않는 문제를 공략하는 편이 낫다. 나도 첫 창업은 제대로 된 문제 정의 없이 창의력을 발휘하려 했다. 그게 의류대여 사업이었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가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가장 뾰족한 문제 하나만 해결하고 점차 다른 문제들로 넘어가면 된다. 즉, 의류시장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풀겠다! 같은 포부는 적절치 않다.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훨씬 뾰족해야 한다. M세대가 00 브랜드의 명품을 사고 싶어하는 욕망이 큰데, 자금력 부족으로 쉽게 사지 못하네? 사지를 못하니 대여라도 해서 경제적으로 입고 싶은 니즈가 있을까? 그럼 명품 하나만 딱 사입해보고 대여를 시도해봐야겠다. 라는 식으로 뾰족하게 구체화 하는 것이 낫다.
사실 돈을 극도로 쓰기 싫어하고 실제로 돈도 별로 없는 나로서는 그 명품 하나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냥 있는 척 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대여 받을 사람을 모집할 것 같다. 반응이 좋으면 추후에 사던가 해야지.
다시 말해, 고객에게 인간적인 친밀도를 느껴야 한다.
내가 고객의 입장이 되어서 그들의 문제인식에 깊이 공감하고 이를 해결해주고 싶어야 한다. 아무리 지표가 잘 나와도 내가 고객에게 인간적인 애착을 느끼지 않으면 지표가 떨어지는 순간 의욕을 상실한다.
이 부분이 창업가들의 분류가 갈리는 부분이다. 어떤 창업가들은 '돈이 벌리는지'가 1순위 기준이다. 지표가 최우선적인 해석 지침이고 재구매율과 같은 지표를 높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이와 달리, 나 같은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 내가 풀고 싶어하는 문제를 풀어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고객들을 위해서 시간 쓰는 것이 아깝지 않아야 한다. 내가 아이템에 애정이 있어야 지표가 떨어져도 버틸 수 있다.
얼마 후에 페이지를 닫을 것 같아서 따로 홈페이지 첨부는 하지 않으려 한다.
기말고사 때의 한을 풀고자(?) 시험이 끝난 다음 날에 호다닥 홈페이지를 만들어 봤다.
그리고 대학생 커뮤니티에 올려서 홍보를 해보았다.
소개팅 시장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했다.
여자 : 매칭 전 남자에 대한 정보 부족
남자 : 매칭 자체가 안 되는 것
그래서 '셀프 소개 기반 소개팅 서비스'를 만들어보았다.
남자들이 자기소개글을 올리면 그 글을 보고 여자들이 연락한다.
사실 다른 때라면 "X집단에게 홍보하면 Y라는 반응이 Z%만큼 있을 거다"라는 가설을 수립하고 홍보를 했을 텐데 이번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올려봤다.
홈페이지는 최대한 간단히 만들었다. 남자 자기소개글을 몇 개 작성하거나 크롤링 하였고 여자분들이 쪽지를 보낼 수 있게 typeform으로 간단하게 서비스를 만들었다. 몇몇 고객분들이 남자 자기소개글을 보고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처를 남겼다.
또, 서비스가 개발 완료 된 후 알림을 받고 싶다면 연락처를 남겨달라는 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잠재 고객 분들 몇몇이 연락처를 남겨주었다. 이 정도면 반응이 꽤 괜찮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선뜻 서비스를 개발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 이유를 고민해보니, 연락처를 남겨주고 쪽지를 남겨준 고객들에게 내가 진심으로 공감하지 않고 있었고, 이들에게 인간적인 친근감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즉, 위의 2번째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하지는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내 관심분야가 무엇이고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다시 고민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