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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새싹의 실험실 Jul 02. 2023

여행의 의미

런던 6일차

별다른 목적의식 없이 23박 24일 여행을 왔다. 


지금은 6일차 아침이다. 여행을 통해서 엄청난 무언가를 배울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고, 실제로도 관광을 다니면서 엄청나게 놀란다거나 내 생각을 뒤엎을만한 큰 경험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소소한 경험들과 생각들이 누적되고 있다.


관광지를 돌아다니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무지막지하게 걷고 있다. 하루 4-5시간씩 걷는 데에 쓰는 것 같다. 심지어 가만히 있을 때도 무거운 짐을 메고 서 있으니 다리가 한계를 넘어선 지는 오래다. 




약 1주일간 여행을 다녀 보니, 여행의 진짜 묘미는 ‘여유’에 있는 듯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고, 숙소 근처를 거닐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런던 사람들은 런던에 살면서도 현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서울 사람들보다 크게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 사는 곳은 대부분 비슷비슷 하니까. 그러나 여행객은 다르다. 여행객은 아무것도 안해도 여유롭고 평온하다. 딱히 처리해야 할 일이 없고 책임져야 할 일이 없다. 여유롭기에 자유롭다.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지역이라도, 그 지역에 사는 사람과 그 지역으로 여행 온 사람은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 똑같은 것을 보고 만지더라도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여행 올 때랑 실제로 살 때랑 많이 다르다고 하는가보다.    



 

이 생각을 하고 나니 결국 모든게 ‘렌즈’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행객의 렌즈로 런던을 바라보고 있으니 모든게 좋아보이지만,

런던 현지인들은 현실의 렌즈로 런던을 바라보니 그 무게감이 다르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여행객과 현지인만 렌즈가 다른게 아니다. 사람마다 렌즈가 또 각자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세상을 놀이터로 보는 반면 어떤 사람은 세상을 지옥으로 본다. 나는 지금까지 세상을 복잡하고 각박한 곳으로 바라보았다. 항상 처리해야 할 일은 넘쳐났고 내 자신을 나에게 증명해내야만 했다. 그리고 이는 성취 집착, 결과중심주의로 귀결되는 일이 태반이었다.


렌즈를 갈아 끼울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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