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해봐야지
지난 2달 간 휴학 고민을 진지하게 했었다.
사실 1-1학기에 그다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고, 인생에서 가장 한가로이 보낸 시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휴학을 고민한 이유는 2가지다.
1. 나 자신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무언가에 치여서 항상 시간이 부족한 삶을 살다보면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인지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삶의 주체성이 흐려진다. 남들이 좋다면 나도 떠밀려가고, 남들이 별로라고 하면 팔랑귀가 되어 흔들린다. 휴학을 하게 되면 내가 가진 문제들 (ex. 강박증)을 극복하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유롭게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2.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개발하고 싶었다. (how to cope with stress)
지난 몇 년간 무리를 하게 되면서 긴장이 되는 순간에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거나 극심한 피로도가 몰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현상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방해가 된 적이 많았다.
사고의 흐름이 대략 이렇다.
힘든 상황 -> 스트레스가 신체적으로 발현 -> "아 도저히 못하겠다" -> 부실한 결과물
이는 나만의 스트레스 조절 기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파악하였다. 스트레스가 아예 없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몇 주간 유럽 여행을 통해 위의 문제들에 대한 대강의 해답을 얻게 된 것 같다.
적어도 지금으로써는 얻은 것 같다. 나중 가서 또 고민할 가능성 높음 ㅋㅋㅋ
1. 핸드폰 네트워크가 터지지 않는 열악한 인프라 덕분에 나 자신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비자발적(?) 디지털 디톡스를 하니까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시간들이 모여 내가 가진 고민들을 씻어 내려보내주었다. 사색해야지 생각하고 잠에 들어버린 웃지 못할 경우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기기 없이 혼자만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확보되었다. 이런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내가 지금까지 고민했던 것들이 몇 개의 큰 덩어리로 응축되고, 응축된 덩어리가 물에 씻겨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직 나의 정체성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2. 스트레스를 조절할 대강의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
1) 핸드폰 저 멀리에 치우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 가지기 - 이 때 잠에 들어도 나름 괜찮다.
2) 명상하기 - 나 만의 명상법을 찾아냈다. 나중에 공유하도록 하겠다.
3) 유산소 운동하기 - 운동하면 잡생각이 없어진다.
4) 아예 이틀, 삼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 - 금토일을 활용하면 좋다. 조금 뒤쳐지는 것 같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쉬는게 이득일 때가 많다.
1-2학기부터는 공부를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여행에서 돌아온 8월부터 열심히 해볼 계획이다.
그렇게 결심한 이유는 2가지이다.
1. 1-1학기가 힘들었던 이유는 우선순위와 현실의 괴리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 마음속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창업인데 현실은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아 이 공부 해서 뭐하나' '이게 진짜 도움은 될까' '그냥 하기 싫다' '창업으로 돌아가고 싶다' 등등의 생각을 많이 했다. 앞으로 2년반만큼은 공부를 우선순위로 삼아서 우선순위와 현실을 일치시키려고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나의 행복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2. 변호사 자격증의 필요성을 재정의하게 되었다.
창업 아이템은 2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전문성이 특별히 필요 없는 아이템
대표적으로는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있겠다. 기초적인 개발 지식이 있으면 구현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전문 개발 역량보다는 기획과 바이럴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스타트업 중에는 클래스101, 탈잉, 위피, 패스트파이브, 티몬 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아이템들은 시장의 니즈를 예리하게 파고들어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해소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창업가의 특별한 전문성을 요구한다기보다는 끊임없이 고객과 소통하고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2) 전문성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것이 유리한 아이템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와 같은 경우에 창업자가 뛰어난 개발 역량 + 경영 컨설팅 경력이 있었다. 또, LBOX나 LEGALZOOM은 변호사 출신 창업가들이 필드에 존재했던 어려움을 해소한 사례이다. 또한, 혜움랩스는 세무사 출신 창업가가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해 만든 스타트업이다.
이처럼 2)유형의 아이템들을 창업하는 사람들은 전문 분야에서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찾고, 전문 자격증을 기반으로 Product Founder Fit(PFF)를 만들어 나간다. 물론 1)의 아이템들처럼 시장의 니즈를 파고드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문성이 기반이 되는 것이 큰 강점을 준다.
+ Y-Combinator 에서는 Product Market Fit(PMF)만큼이나 PFF를 중시한다고 한다.
사실, 나는 토스도 2)에 속하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이승건 대표는 치과의사로서 금융에 문외한이었지만, 그도 금융에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들였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즉, 이승건 대표는 치과의사로 출발했지만 결국은 금융 전문가가 된 케이스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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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는 1)에 해당하는 아이템들을 다양하게 시도해왔다. 그러나 '내가 잘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없고, 진입장벽이 없기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는 비슷한 모델들이 상당히 많았다. 다시 말해, Product Founder Fit에 늘상 의구심이 있었고, 꼭 '내가' 시장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사람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내가 안하면 누군가 할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느낌이 강했다.
내가 안하면 아무도 안할 아이템을 창업하고 싶다.
PFF가 없다면, 내가 진정으로 공감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나는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느낀 분야가 교육 말고는 없었다. (그래서 사이드프로젝트로 교육업은 꾸준히 진행할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내가 잘 하는 것이 딱히 없는 것 같다.
1)을 다양하게 시도해왔고,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니 2)를 시도하고 싶어졌다. 언제까지고 창업자가 진입장벽을 세울 수 없는 아이템을 시도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 하는 것'을 기반으로 창업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려면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전문성이 '법률 전문성'이라면 꽤나 괜찮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어느 영역에나 법률은 적용되기에 그 확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또한, B2B 스타트업을 하기에는 변호사만큼 유리한 직업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적어본다.
유럽 여행 와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