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대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두더지웍스가 매출을 올리고, 직원을 채용함에 따라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에 빠진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세상에 가치를 기여하는 일인가.
그렇다면 가치라는 것은 무엇인가.
시장에 두 행위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A와 B.
A는 딸기를 수확했고, B는 포도를 수확했다.
A는 B에게 딸기를 100원에 팔았고, B는 A에게 포도를 100원에 팔았다.
시장의 GDP는 200원이 되었다. A와 B는 평소 먹지 못하던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해졌다.
시간이 흘러,
A는 스마트폰을 개발했고, B는 부동산을 건축했다.
A는 B에게 스마트폰을 100만원에 팔았고, B는 A에게 부동산을 100만원에 임대해주었다.
시장의 GDP는 200만원이 되었다. A는 집이 생겼고, B는 연락통신망이 생겼다.
자분주의 시대에서 시장에 존재하는 가치의 크기는 금전의 규모로 환산된다.
이 논리에 따르면 시장의 GDP가 1만배 커졌으므로, 시장 행위자들은 기존의 1만배의 가치를 제공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 등식이 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장이 1만배 커졌다고, 가치가 1만배 커졌다고 볼 수 있을까?
시장의 행위자들이 1만배 행복해졌는가?
시장의 행위자들의 인생이 1만배 나아졌는가?
그러나 분명 GDP는 1만배가 되었다.
두더지웍스는 다음 미션을 향해 움직인다.
"주인공이 더 많아지는 세상. The world needs more protagonists"
우리는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이들이 실제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크리에이터에게 맞는 SNS 채널을 기획해서 함께 만들어나간다.
그 채널을 바탕으로 뒷단에 비즈니스를 꾸려서 실질적인 매출을 발생시킨다.
크리에이터들은 대부분 지식 콘텐츠를 발행하고, 지식 상품을 판매한다.
소프트웨어, 코호트 클래스, 이너서클이 대표적인 예시다.
그렇다면 나는 고민이 든다.
설령 우리 팀이 크리에이터에게 '진정한 가치'를 전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소속 크리에이터가 본인의 고객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전달한다고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지식을 소속 크리에이터에게 전달하여, 그가 실질적인 매출을 내도록 도왔다.
그러나 소속 크리에이터가 본인의 고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여 그 고객들이 실질적인 매출을 내도록 돕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서 그것까지도 책임지기로 했다.
소속 크리에이터의 고객들에게까지 실질적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가능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거면 끝인가?
소속 크리에이터의 지식을 전수받은 고객들이,
본인의 고객을 만들게 된다면 그 고객에 대한 책임까지 내가 질 수 있는 것일까?
과연 나의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이 사슬은 어디까지 이어지는가?
이 사슬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사람은 지식을 전수받기만 할 뿐, 본인은 실질적인 매출을 내지 못하는 사람인가?( = 지식을 공급받지만 세상에 그 지식으로 세상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경우)
그렇다면 우리의 업은 일종의 폭탄 던지기가 된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사슬의 모든 단계를 책임져서 모든 행위자들이 실질적인 매출을 내도록 만들 수 있다면, 이 사슬은 실제로 '사슬'이 아니라 빙글빙글 도는 수레바퀴일 수 있다.
A -> B -> C -> D -> A -> B -> C -> D -> ...
다시말해,
나는 누군가에게 지식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지식을 받기도 하는 존재이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나는 누군가에게 지식을 주고 돈을 받는 행위자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지식을 받고 돈을 내는 행위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모든 단계를 책임 지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또는 그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오히려 과도한 책임감을 짊어지는 오만함의 결과물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내가 수레바퀴의 모든 과정에 전부 관여할 수 없다면,
나는 내 역할을 다 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수레바퀴의 전 과정을 관장할 필요 없이, 내가 책임지기로 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뒷 단에는 다른 행위자들이 수레바퀴를 굴리는 노력을 해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까지 이어진다.
결국 이 자본주의 사회는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서로에게 지불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구나. 그 영향력의 크기가 크면 시장규모는 클 것이고, 그 영향력의 크기가 작으면 시장규모는 작을 것이다.
다시 위의 예시로 돌아와서 A와 B가 딸기와 포도를 거래했을 때에는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가 작았다. 그러나, 부동산과 스마트폰을 거래했을 때에는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가 컸다. 이에 따라 시장의 규모가 커진 것이고, 자본주의 관점에서 시장에 더 많은 가치가 순환하는 것이다.
결국, 시장의 규모가 1만배가 되고 시장에 돈이 1만배 흐른다고 해서 인간이 1만배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시장 규모가 크다고 사회의 질적 성장 및 행복의 증진을 추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서로에게 보다 깊이 관여되는 사회에 대한 반증은 될 수 있다. 그래서 돈은 영향력과 맞닿아있고, 그 영향력이 선할지 악할지는 행위자의 선택에 달려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소시민적이면서도 과감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1. 영향력의 크기를 키우자 (= 돈을 많이 벌자)
2. 전체 수레바퀴 중 내가 책임지는 범위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자 (= 이들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데에 온 힘을 쏟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