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가

why how what 보다 who

by 새새싹의 실험실

사람마다 창업의 동력은 다르다.

나의 경우, who 라는 질문과 직결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들을 위해서라면 내 한정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게 아깝지 않다.


지금까지 who를 크리에이터로 정의했다.

마음 같아서는 처음부터 대형 크리에이터들과도 일하고 싶었지만,

경험과 레퍼런스가 부족했기에

예비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일은 재미있었다.

고객 분들이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는 것은 보람찼고,

이들이 실제로 수익을 발생시킬 때에는 희열이 느껴졌다.

매출, 영업이익.

지표가 올라갈 때에는 도파민이 솟구쳤다.


그런데 who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하게 되는 순간도 많았다.

많은 창업가가 그렇듯,

나는 (지금까지도) 고객들에 대한 환상이 있다.

마치 연애 초기처럼 콩깍지가 씌워져 있는 것이다.

내가 바라보기에 크리에이터는 창의적이고, 자기 세계관을 개척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세계관을 개척하는 것보다 당장 부업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었고

나와 같은 마음으로 크리에이터 활동에 임하지 않는 분들도 많았다.


스타트업 미디어 EO에서 일하시는 분께 찾아가서 여쭤봤다.

스타트업 창업자(EO의 고객)들이

당신을 속이고 당신을 이용하려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분출할 때에도 여전히 이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지.

그 분은 그럴 때에 미움이라는 감정보다는 오히려 측은지심과 애정이 든다고 말씀하셨다.

고객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에게 내가 생각하는 고객은 어떤 모습인지,

내가 정의하는 '크리에이터'는 누구인지 재정립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씀해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정의해봤다.

나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을 좋아하고, 크리에이터로 생각하고 있었다.

- 자기 세계관을 개척하는 사람들

-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

- 욕심 많은 사람들

-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고 인정받는 무언가를 포기하고 자기 생긴대로 사는 사람들

- 주체성이 있는 사람들

- 사고의 경지가 높은 사람들 (대화할 때 배울 것이 있는 사람들)


정리하다보니 상당히 소수의 사람들만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의 기본은 대중성이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사업의 본질인데

Build what people want

나는 일종의 예술병에 걸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일하고 싶어하니까 말이다.

상당히 철부지 같은 생각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고객들을 위해 일할 바에는 변호사의 길과 같이 전통적인 루트를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하나 느낀 것은,

꽤나 많은 창업가들은

사업을 일종의 게임으로 보고

게임에서 점수를 잘 따는 것 자체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고객을 향한 애정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고객이든 그들을 만족시켜서

매출 영업이익 트래픽과 같은 지표가 잘 나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born to be 창업가인 것 같다.

나에게도 이러한 기질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학창시절에 공부할 때에는 이런 기질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성적이 일종의 점수판이고

점수판에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지금도 그런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돈이라는 것은

ai에서 나오지도 않고 로봇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돈이라는 재화는 사람에게 나온다.

그래서 돈이 가치의 교환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을 버는 최전선에 있는 창업가라는 존재는

필연적으로 고객과 부대껴야 하는 것이다.

직원 없이 1인 기업으로 성공하는 창업가는 많아도

고객 없이 성공하는 창업가는 없다.

결국 고객과의 관계가 전부인 것이다.


B2C 사업은 100명의 고객의 마음을 10% 사면 된다.

그러나 B2B 사업은 1명의 고객의 마음을 70% 사야 한다.


창업자마다 성향이 다르다.

나는 B2B형 창업가임이 거의 확실하다.

일단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일 자체에 매우 미숙하다.

어떤 사람들은 디지털 도화살이 있는 것 처럼

온라인에 본인의 영상을 올리고 별 다른 말도 안해도 조회수가 폭발하고 팬덤이 생긴다.

나는 안 그렇다.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오히려 내 장점은 소수의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아

즐겁게 대화하고 그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꾀하는 것이다.


1. 세일즈

2. 스토리텔링

이거 2개가 내 무기다.


이 무기를 버리고 B2C형 사업을 하는 것은 내 장점을 버리는 것과 유사하다.

실제로 지금까지 수많은 B2C형 아이템을 시도해봤고 대부분 폭망했다.

내가 실질적인 성과를 냈던 영역은 대부분 B2B였다.

그나마 B2B를 하고 있으니, 내가 고객을 선택하는 사치도 부릴 수 있었던 것이다.

Who에 대한 고민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다.

타협이 필요한 영역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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