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변명] 생각 없이 40kg 빼기-2

by 차안

"살 어떻게 뺐어?"


40kg을 감량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인데, 답하기가 되게 곤란했다. 왜냐하면 사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법을 안 가르쳐 주려고 한다며 입술을 비쭉 대는 사람도 있었고, 약 먹고 뺀 거 아니냐며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정말 문자 그대로 당시의 나는 다이어트에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하기보다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여기며 행동할 뿐이었다. 물론 생각할 거리를 계속해서 던져대는 사람들 탓에 그 마인드셋이 오래가진 못했지만, 머리를 비우고 움직이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었겠다.



살을 빼면서 나는 작은 시골 마을의 소소한 이슈가 됐다. 그래서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한 마디씩 듣는 일이 많았는데, 처음에는 예뻐졌다느니, 잘 뺐다느니 하는 말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묘해졌다.


"네가 예전에 그 엄청 뚱뚱하던 걔야? 대단하네"

"내일 명절인데 먹으면 안 되는 거 알지?"

"많이 예뻐졌네, 지금 몇 킬로야?"


노골적인 평가의 말들이 쌓일수록 누군가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부담감이 자라났고, 몸무게에 대해 집착하게 되는 발판을 만들었다. 시 살이 찐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하기도 했고, 예전의 나를 어떤 시선으로 봤던 걸까 상상하며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다가 인내심이 폭발하는 사건이 생겼다.


그날 나는 운동을 마치고 빵집에 들렀다. 거의 1년 동안 속세의 빵을 못 먹었던 나는 누구보다 신나는 발걸음으로 달려갔다. 가게에 도착해 진열된 빵들을 보면서 행복한 고민을 하던 나에게 누군가 다가다.


"어머, 너 살 많이 뺀 걔 아니야? 이런 거 먹으면 안 되는 거 몰라? 다시 전처럼 살찌려고 그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느낌이 뭔지 그때 처음 느꼈던 것 같다. 아무리 좁은 시골이지만 초면인 사람이 날 알고 있다는 게 소름 끼쳤고, 아무렇지 않게 평가질 하는 사람들에 신물이 났다. 그리고 마치 살찌는 게 죄악이라도 되는 양 하는 말이, 그 말에 내심 움찔거리는 내가 너무 안타까워 슬펐다.


나는 그날을 기점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생각이라는 건 혼자 하면 끝을 모르고 깊어지는 특징이 있는데, 그 와중에 나는 좀 더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당시 적나라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는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다. 편견이나 외모지상주의 같은 건 나이랑은 상관없는 일이구나, 그저 학창 시절에 하던 아이들의 철없는 행동 같은 게 아니구나 싶었다. 심지어 뚱뚱한 나랑 다니기 창피하고 싫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친구랑 술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털어놓으니 가만히 듣던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너 그럼 내가 뚱뚱했으면 나랑 친구 안 했겠네?"


당황했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누군가의 외모를 보고 이렇다 저렇다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더 나아가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참 간단한 문제인데, 그간 누군가 머릿속 회로를 잠가놓은 걸까 싶었다.


나는 그저 운 없이 이상한 사람들을 만난 것뿐이라고, 그 사람들에게 집중하느라 보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를 떠올렸다.



건강을 되찾으려는 지금, 나는 예전처럼 최대한 머리를 비우려고 한다. 그리고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느냐 또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받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느냐를 중점으로, 물 흐르듯 나도 모르게 흘러가는 다이어트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