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2024년의 어느 날 '기적의 비만치료제'가 출시되었다고 언론이 떠들썩했다. 나는 마음속에 작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던 일상에서 '기적'이라는 단어는 마음을 요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빠르게 눈과 손가락을 움직여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위고비'가 드디어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이었다.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씩 피하지방에 주사하는 주사제로, 그 대표적인 효과가 체중 감소다. 다이어트 주사제로 유명한 삭센다와 비슷하지만, 더욱 강력한 효과와 지속 시간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높은 비용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살 때문에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한 나에게 이런 단점은 문제가 아니었고, 급하게 병원을 알아본 뒤 일사천리로 처방받았다.
위고비는 점차 용량을 높이면서 주사하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가장 낮은 단계를 처방받아 주사했다. 주사를 맞은 후 식욕이 떨어지고, 속이 메쓱거린다는 여타 후기와 달리 나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2주가 지나고도 너무 잘 먹는 나를 보면서, 아니 오히려 위고비를 핑계로 더 먹는 나를 보면서 화가 났다. 그래서 *임의로 용량을 조절해 2배에 달하는 양을 주사했다.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밥도 술도 잘만 들어갔다. 그렇게 다음 단계의 용량을 처방받았다. 결과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기적이 나를 이렇게 피해 가나 하는 마음에 속상해졌고, 위고비를 맞은 지 2달 만에 다시 포기해 버렸다.
살면서 다이어트 약, 먹어봤다면 먹어본 놈이라고 자부하는데 딱 한 가지 안 먹어본 게 있다. 바로 나비약이라고 부르는 식욕 억제제다. 이 약은 식욕 억제 효과가 뛰어나지만, 의존성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다고 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치의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정신과적 증상이 심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정신과 약과 함께 복용할 수 없다며 처방을 항상 받지 못했다. 그래서 식욕 조절을 돕는 차선책으로 삭센다를 맞았었다. 그런데 최고 용량으로 맞을 때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비용이 꽤나 부담되어 결국 중단했었다. 이런 일련의 실패들이 반복되니까 위고비도 지레 겁먹고 금세 포기하게 돼버린 것이다.
그리고 2025년 5월, 재도전의 기로에 선 나는 위고비 처방을 고민했다. 현대질병엔 현대의학으로 맞서자! 하는 마음이었달까. 위고비 용량을 2단계까지밖에 올려보지 않았으니 최대 용량까지는 가보고 중단하자는 마음으로 한 번 더 구입했다. (병원에서는 2단계까지 맞고 효과가 없어서 그만뒀다는 나의 말에 바로 3단계 용량으로 처방해 줬다.)
위고비를 처방받으며, 이 약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단지 도움을 받는다는 마음으로 임하자고 다짐했다. 효과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절대 좌절의 수단이 되게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임의로 용량을 조절한 것은 의사나 약사의 지시 없이 멋대로 한 행동입니다. 하면 안 되는 행동임을 알고 있었기에 반성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따라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