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도전] 반전의 반전

1주 125.6kg

by 차안

세 자릿수 몸무게를 유지라고 말하기는 좀 부끄럽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한동안 105kg 언저리를 유지했다. 172cm의 키에 남들보다 골격도 크고, 근육량도 적은 편이 아니라서 크게 몸에 무리가 가지는 않았다. (내가 느끼기에...) 몇 년 전 다이어트 요요가 크게 와 130kg을 찍은 후로, 105는 나를 현실에 안주하게 하는 숫자였을지도 모른다.

폭식증에서 조금 벗어났나 할 때, 항상 내가 방심할 때 찾아와 더욱 높은 곳에서 나를 떨어뜨린다. 간간히 과식과 폭식은 있었지만, 지난 2월처럼 강하게 나를 집어삼킨 적은 없었다. 빨려 들어가는 불안감 속에서 오로지 먹는 것에만 몰두했다. 치킨을 먹을까 하다가 배달 시간이 오래 걸리니 그냥 라면 먹자 하고 물을 올린다. 맹물에 재료를 다 집어넣고 기다리는데, 그 시간마저 너무 초조해서 맨밥에 김치를 먹는다. 그러다가 덜 익은 라면 두 봉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는 설거지도 하지 않고, 다시 물을 받는다. 먹으면 먹을수록 허기져서 참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라면을 더 끓이고, 최종적으로 라면 5 봉지에 고봉밥 2 공기까지 먹고 나면 배가 찢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도 멈추지 못하고 치킨을 시킨다. 배달되는 사이 잠깐 숨 쉴 틈을 만들어놓고 그 공간에 치킨을 밀어 넣는 것이다. 정말 목 끝까지 음식이 차 누워있지도 못하겠어서, 앉아서 거친 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좌절감이었다. 차라리 토하고 싶어 화장실에 가도 목에 밸브가 채워진 것처럼 시원하게 나오지는 않고, 배는 찢어질 것 같고, 숨은 가쁘고. 그런 나날이 꽤나 이어졌었다.


그래서인지 눈앞에 있는 125kg라는 숫자가 그닥 놀랍지는 않다.

2025년 5월 7일 수요일, 공복 몸무게 125.6kg

아침에 위고비를 맞고, 잠시 볼 일이 있어 외출을 했다가 점심쯤 집에 돌아왔다. 나는 주사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서 쉽게 놓을 수 있었다. (팔뚝이나 배, 허벅지에 주사하면 되는데 나는 팔에 맞았다.) 은근히 약이 들어가는 느낌이 얼얼했다. 집에 돌아오니 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의 식욕이었다. 첫날의 열정 탓인지 위고비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아몬드브리즈 한 잔을 들이켜고, 수박 몇 조각 먹은 뒤 그날은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고는 새벽에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속이 울렁거린달까. 멍한 정신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는데 계속 속이 불편했다. 이게 위고비의 효과인가 싶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침이 확 고이고, 화장실로 달려가 오늘 먹은 것을 모두 토해냈다. 그리고 4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대략 이틀간은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내고, 침만 삼켜도 토했다.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무서워서 각오를 하고 한 두 모금 입을 헹구는 정도로 마셨어야 했다. 물론 그마저도 다 토했지만 말이다. 삼일 째가 됐을 때는 속이 불편해서 헛구역질이 계속 나왔고, 속을 편하게 하려고 억지로 토했다. 그런다고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동안 잠은 사치였다. 4일 통틀어 6시간 정도 잔 것 같다. 4일째가 되었을 때, 명치가 아픈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야 혹시 이게 위고비 탓이 아닌가 싶었다. 설마.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땄다. 바늘로 깊게 찔렀지만, 피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단단히 체한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새하얗게 질려있던 얼굴의 혈색이 돌아오고, 속이 편해졌다.

'체한 거였구나.'

문득 다이어트 시작한다고 위고비 맞기 전날 먹었던 피자가 떠올랐다. 억울하고,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왔지만 너무 힘들었어서 지금 괜찮다는 것에 기뻐하기로 했다.


2025년 5월 11일 일요일

속이 괜찮아지니 4일간 거의 못 먹은 것 때문인지 배가 고팠다. 그래서 이날부터는 천천히 밥을 먹었다. 갑자기 먹으면 또 탈이 날까 싶어 조금씩 자주 먹었다. 양으로 따지면 하루에 밥 2 공기 정도와 나물 위주의 반찬을 먹었다.


2025년 5월 12일 월요일/ 13일 화요일

나는 의외로(?) 라면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이때는 유독 라면 생각이 났다. 뭔가 얼큰한 국물 요리를 먹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하루에 1~2번 라면을 먹었다. 라면 한 봉지에 채소를 듬뿍 넣고 끓여 먹었다. 평소 같으면 밥도 먹었겠지만, 그간 굶어서 그런지 아니면 위고비 덕인지 빨리 배가 불러 밥은 먹지 않았다.


첫째 주는 위고비의 위력을 느낄 새도 없이 너무 아파서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래서 자세한 효과는 2주 차부터 알 수 있을 것 같다. 몸무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수요일에 재 볼 생각이다. 너무 힘들었어서 그런지 부기가 쭉 빠져서 체중도 많이 줄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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