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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오생 Aug 25. 2023

05. 서른 살에는 캡틴이 되어라

[제1부. 공자의 리즈 시절]

노년이 되어서 찬란하게 빛나는 인생의 리즈 시절을 맞이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두 번째 갈림길의 순간은 서른 나이다. 공자는 말한다.


三十而立 ]

삼십이립


여기서 ‘립立’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참 애매모호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일가一家를 이루다'라고 번역하는데 명쾌하지 못하다. 이렇게 단음절로 된 고대 중국어 단어의 해석이 아리송할 때는 현대의 복음절 단어로 바꾸어보는 게 좋을 때가 많다. 어떤 단어가 어울릴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어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자립自立’ 또는 ‘독립獨立’이다. 이십 대 후반의 대학생들은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부모님과 떨어져 독립해서 사는 걸 로망으로 여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부모님의 간섭이 심하다는 이야기. 아무튼 서른 나이에 부모의 도움 없이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 그러니 이 나이대의 목표를 경제적 자립으로 삼는 것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공자의 시대에도 서른 나이에 경제적 독립이 어려웠을까? 공자는 말한다.



“부귀영화? 그게 내 의지대로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수레를 모는 마부라도 하겠다. 하지만 내 의지대로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나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 

"富貴如可求, 雖執鞭之士, 吾亦爲之。如不可求, 從吾所好。" 『논어 · 술이述而』



공자는 열다섯 나이에는 배움에 뜻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서른 나이가 되면 사회에 진출하여 그렇게 배운 것을 본격적으로 써먹어야 할 때다. 이 무렵에는 중요한 갈림길을 만난다. 어떤 삶의 길을 걸어갈 것인가? 결정하고 선택해야 한다. 


[1] 돈과 명예를 향한 길. 

[2] 돈과 명예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길. 그냥 내가 원하는 길.     


사람들은 흔히 공자가 당연히 부귀영화를 싫어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니다. 공자도 부귀영화를 좋아했다. 

“부귀영화? 그게 내 뜻대로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수레를 모는 마부라도 하겠다.” 진솔하게 고백하는 모습을 보라. 하지만 부귀영화가 내가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얻어질 수 있는 것일까? 혹시 내가 배운 것, 내가 지향하는 삶과 위배되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공자는 이어서 말한다. “내 의지대로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나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노라." 공자는 돈과 명예를 싫다고 하지 않았다. 단지 인간의 뜻대로 얻어질 수 없는 성격의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부질없이 그런 것에 얽매여 소중한 세월을 허망하게 보내느니, 그냥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의 길을 걷겠노라고 선언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과 명예의 길을 선택하고 걸어간다. 그 욕망은 특히 삼십 대에 가장 강하다. 그래서 돈을 더 벌기 위해서,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발버둥 치면서 치열하게 일한다. 그게 서른 나이의 가장 큰 특색이다. 그러나 공자는 말한다. 치열하게 일하되, 돈과 명예를 향한 그 집착은 포기해야 한다고. 그냥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삶의 길을 걸어가라고. 그래야만 찬란하게 빛나는 리즈 시절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삼십이립三十而立.


그러므로 ‘립立’은 ‘확립確立’, ‘정립鼎立’을 의미한다. 서른 나이에는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 해야 한다, 그 뜻이다. 사람들은 흔히 가치관이라고 하면 굉장히 거창하게 생각한다. 쉽게 생각하자. 핵심 포인트는 ‘판단력’이다. 돈과 명예가 내 의지대로 얻어질 수 없는 성격임을 아느냐 모르느냐, 그거다. 공자는 그 판단력이 없어서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과는 서로 함께 일을 도모하지도 말아야 한다 道不同, 不相爲謀.『논어 · 위령공衛靈公』"라고 주장했을 정도다. 그 판단력이 바로 곧 가치관인 것이다.      


더 중요한 일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인생 항로를 설정하고 길을 떠날 수 있지 않겠는가.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이른바 ‘울렁증’을 심하게 앓는다. 자신의 항로가 어디를 향한 것인지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사회’라는 망망대해로 떠밀렸으니, 아직 밀려오지도 않은 파도에 벌써부터 지레 멀미를 하는 것이다.      


공자는 말한다. 선장은 멀미를 하지 않는다고. 선장은 항로의 목적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항해 중에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거센 파도를 어떻게 오르내려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멀미를 하지 않는다고. 그러므로 망망대해에 나서는 서른 나이에는 선장이 되어야 한다고, 그래야만 저물면서 빛나는 그 바다에 도착할 수 있다고 당부하는 것이다. 




[ 사족 ]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마흔 나이를 '불혹不惑'이라 하고, 오십을 '지천명知天命', 육십을 '이순耳順'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열다섯이나 서른, 그리고 일흔의 나이를 '지어학志於學'이니, '립立'이니,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고 대칭하여 부르는 관습은 없다. 


만약 개인적으로 굳이 '30대의 시기'를 대칭해서 표현하고 싶다면, '립立'이 아니라 '이립而立'이라고 표현해야 타당하다. 단음절로 표현하면 알아듣기도 어렵고 발음상으로도 어색하다. 따라서 이럴 때는 복음절로 표현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아무 뜻도 없는 어조사 '이而'라는 글자를 추가하여 표기하는 것이 좋다. 




[ 사진 설명 ]

◎ 31세에 영국 프로축구팀 토트넘의 캡틴이 된 손흥민. 거액을 제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유혹을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뿌리친 확고한 가치관의 소유자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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