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성별이 필요할까

어느 밤 아랫배가 아팠다

by 새아

“병원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알려주지 그랬어.”

“상황을 보고 대학병원에 가보기로 했었잖아. 어제까지만 해도 몸 상태가 아무렇지 않았어.”


“그래. 그랬었지.”

어젯밤 배의 통증과 함께 하혈이 시작됐다. 통증은 진통제로도 잦아들지 않았고, 피는 침대시트를 물들였다. 응급실에 연락해 약을 투여하고 하혈은 멎어 들었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자 10분 만에 하혈은 멈쳤지만, 한 시간 동안 피를 쏟아낸 상태였고 의식은 뚜렷하지 않았다. 시간은 새벽 3시였다.

얼마나 잠에 들었는지 눈을 뜨니 창밖은 환했다. 곁에는 아무도 없이 병실은 조용했고, 누군가 불러야 하나 생각했지만 그럴 이유가 없었다. 몸은 아픈 곳 없이 아무렇지 않아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 몸을 일으켜 앉으니 하얀 커튼이 시야를 막았다. 침대 시트에는 병원명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내가 검진을 예약했던 대학병원이었다.

B는 학교에 갔을까. 오늘은 화요일이었고 오전 9시 강의가 있는 날이다. 핸드폰 화면을 켜자 B에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몸은 좀 어때? 학교에 왔어. 담당 의사 선생님은 자궁문제일 거고, 자세한 건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어. 나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어.

옆에서 눈뜰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선생님이 출혈은 멈추고 지금은 회복을 위해 잠자는 중이라고 해서 학교로 왔어. 끝나자마자 바로 갈게.

A 병원에는 오늘 출근 못 한다고 얘기해 두었고, 다른 가족들에게는 아직 연락하지 않았어. 검사 결과가 나오면 둘이 상의해서 우리 말씀드리는 게 좋겠지? 이따가 보자. 푹 쉬고 있어.



B답지 않게 무미건조한 문체였다. 의사 선생님이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해서 걱정을 조금 덜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에게 메시지를 회신했다.



지금 일어났어. 기운이 없어서 아직 침대에 앉아있는데, 깼을 때 B가 없어서 놀랐어. 검사하고 있을게. 큰일 아니면 나 퇴원하고 집에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연락할게.




시간은 오전 11시를 좀 넘었다. 데스크에 가 뭘 하면 될지 물어봐야 한다. 바로 몸을 일으켜 검사를 시작하고 싶었으나 눈을 감으니 다시 잠이 찾아왔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니 간호사가 커튼을 열고 내 상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머, 일어나셨네요. 식사를 좀 하셔야 돼요. 벌써 1시가 다 되어가요.”

“11시에 잠깐 깼었는데 다시 잠들었어요.”

“회복이 필요해서 그러신 거예요. 앉으실 수 있으세요? 점심 좀 가져다 드릴게요.”

“네, 가져다주세요. 밥 먹고 의사 선생님을 뵙는 건가요?”

“네, 식사하시고 좀 기다리시면 선생님이 직접 오실 거예요. 말씀드려 놓을게요.”



“배가 아픈 증상은 세 달 정도 되었다고요. 그 외에 별다른 건 없으셨나요?” 식사를 마치고 30분 정도 지나자 의사 선생님이 병실로 찾아왔다.

“세 달째 생리를 하지 않았어요. 어젯밤에는 유독 통증이 심했고요. 그런 적이 없었어요. 늘 진통제를 먹으면 괜찮아지곤 했어요.”

“산부인과 진료를 하고 초음파 검사해 보시죠. 한 시간이면 끝날 거예요. 간호사님이 오실 때까지 잠깐 쉬고 계세요.”

20분 뒤 간호사가 나를 불렀고 검진을 시작했다. 건강검진 때 하는 일반 검사와 다를 것 없었다.



4시쯤 B가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와 면담이 끝난 후 1시간 뒤에 그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병실에 들어왔다.

“집에 가자. 가면서 얘기하지 뭐.”

그의 얼굴을 보자 낯설고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익숙한 세계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운전하는 그의 옆얼굴을 한동안 못 봤던 그리운 얼굴인 듯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떨어져 있던 시간은 기껏해야 한나절 동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