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보다 완벽한 우연

어느 밤 아랫배가 아팠다

by 새아

수술 날짜를 잡고 회사에는 2주간 병가를 냈다.

“난소에 문제가 있어서 주기적으로 검사받고 있었거든요. 상태가 계속 안 좋아져서 제거하기로 결정했어요.” 병가를 제출하기 전 마취과 선생님에게 먼저 양해를 구했다.

“어머, 그랬구나. 요새 부쩍 피곤해 보이더니. 살도 많이 빠졌죠? 세상에, 힘들겠어요.”

“오히려 홀가분해요. 요 몇 달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거든요.”

“난소 제거하면 호르몬 부족도 있고 몸이 예전 같진 않을 텐데. 아무렴 뭐 그건 나중 얘기고, 수술이 잘 되길 바라요.”

그녀 귀에 들어간 이야기는 내일이면 병원의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다. 그녀에게 말해도 될지 고민했었지만, 비밀로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B가 병원으로 찾아왔다. 오늘은 나의 차로 함께 이동하기 위해 일부러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을 했다. 수술 전에 나의 부모님과 저녁을 먹기로 한 것이다. 어제 엄마에게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자, 오늘 얼굴을 보자고 불려 나오게 되었다.

“퇴근 시간대라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더라. 운전해도 길이 막히는 시간이지.”

“응, 고생했네. 그래도 7시 넘으면 도로는 좀 나아져.”

“그나저나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실 텐데, A의 몸 상태에 대해서 전부 이야기할 거야?”

“오늘은 이번 수술에 대해서만 할래. 나머지는 나중에 이야기해야 할 필요가 생기면 하자. 원래 인위적으로 임신하는 건 원하지 않으셨으니, 수술만 잘 되면 걱정할 것은 없다고 생각해.”

B는 나의 부모님을 만나러 갈 때면 긴장을 했다. B의 불임으로 인해 아이를 못 갖는 사실이 나의 부모님을 볼 때면 상기되는 듯했다. 이제는 B의 문제만도 아니니 그의 긴장도 완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의 부모님은 항상 약속 시간보다 일찍 장소에 도착해 계신다. 부모님의 그런 습관을 알고 있기에, 나와 B도 서둘러 저녁 장소로 향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우리보다 먼저 식당에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언가 조용히 대화하시던 두 분은 우리를 발견하고 손을 들어 인사했다.

“아까 무슨 이야기하고 계셨어요?” 음식 주문을 마치고 두 분이 진지한 표정으로 하던 이야기에 대해 물었다.

“너 내일모레 수술 들어가는 이야기하고 있었지. 몸이 그렇게 될 때까지 말도 안 하고, 우리가 어제 얘기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엄마는 서운함을 토로했지만 나를 나무라지는 않았다.

“놀라셨죠. 늦게 말씀드려 죄송해요. 수술 결정은 며칠 전에 했고, 원래 아기 생각은 없었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어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니, 난소를 때네면 여자 몸이 얼마나 쉽게 피곤해지고 금방 늙게 되는데.”

“조바심에서 하는 얘기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에게 먼저 알려줬으면 좋겠구나. 대수롭지 않은 일이더라도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 수 있지 않겠니.” 아빠가 몸을 우리 쪽으로 내밀며 부드럽게 말했다.

“예, 꼭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B는 여전히 긴장한 얼굴로 뻣뻣히 대답했다.

엄마는 내가 입원해 있는 3일간 병원에 오시기로 했다. 회복기간 동안에는 자신들의 집에 와있으라고 극구 권하셨지만 그건 사양했다. 이제 부모님의 집보다 나의 집이 더 편안했다.





수술은 오전 10시였고, 병원에서는 수술 전 준비를 위해 9시까지 와야 한다고 했다. 새벽부터 눈이 떠져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8시였다. B는 따라오지 않았고 9시가 될 때까지 차 안에서 혼자 조용히 앉아있었다.

창문을 조금 내리자 새소리가 들려왔다. 병원은 뒤에 나지막한 산을 끼고 자리했다. 계절은 봄을 지나 초여름으로 들어서고 있었고, 나무는 연한 녹색에서 더 진한색으로 생명력을 더해가고 있었다. 계절은 순환되고 모든 생명은 흘러간다. 세포들이 죽고 재생되길 반복하며 생명체가 유지되는 것과 같이, 한 나무는 고사해도 여름이면 울창해지고 겨울이면 시드는 변화는 모든 나무에게 똑같이 반복된다.

오늘 오후면 수술도 끝날 것이다.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수술을 위해 병원에서 마련한 침대에 누워있자, 지난번 점심에서 여자 1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몸은 더 가벼워지고 컨디션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회복하고 B와 삿포로 여행을 갈 수 있다면 당분간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게 된다. 나를 둘러싼 어떤 일들은 예상치 못했어도, 어느 때는 계획보다 좋은 영향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