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 아랫배가 아팠다
B는 여름방학이 시작된 이번 주부터 건축사무소로 매일 출근했다. 내 몸도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었다.
“여행을 가기엔 이르지 않을까?” 여행의 전날 밤 B가 근심 어린 눈으로 이야기했다.
“의사 선생님도 허락하셨고, 무리되는 일정이 아니니 괜찮을 거야.” 나는 공항으로 도착하기 전까지 몇 번이고 그를 안심시켰다.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해 예약한 리조트로 가는 버스를 탔다. 공항에서 2시간 거리에 자리한 이 리조트에서 여행 일정 3박 4일을 모두 보내기로 했다. 이 숙소 부지에는 모든 편의시설이 있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즐길 거리가 많으며, 특히 B와 내가 가보고 싶어 했던 건축물인 물의 교회가 있는 곳이었다.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겨울과는 달랐다. 겨울에는 눈으로 덮여 아무것도 볼 수 없던 자리에 나무들과 나지막한 주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인 탓인지 버스에 타고 금방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목적지에 도착해 호텔 프런트로 향했다. 안은 체크인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몇몇 무리의 한국인들이 자유롭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고, B는 목소리 낮춰 나에게 속삭였다.
“숙박객이 꽤 많네. 컨디션 안 좋으면 알려줘.”
“그러게. 버스에서 푹 자서 몸은 괜찮아. 나는 소파에 앉아있을게.”
B가 체크인하는 동안 바깥을 바라보았다. 연령 높은 침엽수들이 빼곡히 자라나 있었다. 이 건물이 들어서기 전 이곳은 태초의 자연과 다를 바 없는 나무들만의 영역이었을 것이다.
“이런 곳으로 만들면 좋겠다. 연구소 말이야.” 체크인을 마치고 내가 앉아있는 자리로 다가온 B를 향해 말했다.
“오, 그렇게 되면 나도 거기서 일하고 싶겠다.”
“응. 누구라도 오고 싶을 거야.” B가 이곳에서 오랜만의 휴식과 많은 영감을 얻어간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정받은 방에 짐을 풀고 한숨 돌리고 나자 해가 져있었다. 예약한 저녁 시간이 되었기도 해서 물의 교회는 내일 아침 보러 가기로 했다.
7월 산속의 아침은 쌀쌀했다. 긴팔 재킷을 걸쳐 입고도 찬기운이 느껴졌다. 리조트에서 물의 교회까지는 긴 통로로 이어져있었고 B와 나는 그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고, 주위의 소음이 차단된 통로 안은 우주 공간처럼 고요했다. 내부 통로가 끊기고 밖으로 나오자 물의 교회 본체가 보였다. 밖에서 보면 단순한 콘크리트 덩어리였다. 미로 같은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전면에는 통창을 통해 인공 수 공간이 보였다. 건물 안은 깜깜했고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간신히 내부를 밝혔다.
“조용하네. 쌀쌀하다. 여기서 결혼한 사람들은 좋은 추억이 됐겠어.”
“그러네, 쌀쌀하네. 냉난방 장치는 없는 것 같아. 우리 여기서 결혼을 다시 할까?”
“냉난방이 없어? 겨울에는 추울 텐데. 겨울에도 운영을 하려나. B가 얘기한 대로 결혼 다시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네.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은혼식, 금혼식 같은 걸 하는 이유를 알 거 같아. 연구소에도 이런 공간을 만드는 건 어때? 부지가 크지 않아도, 여기처럼 작게 말이야. 연구소에 부수입을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다. A랑 여기 오기 너무 잘했다. 적당한 자리가 있을 같아. 이따 방에 올라가서 잠깐 설계도 좀 손봐야겠어.”
“응, 아침 먹으러 가기 전에 방에 들리자.”
B는 머릿속에 설계도를 펼쳐놓은 듯 눈앞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아이디어가 휘발되기 전에 남겨두는 것이 우선이었다. 우리는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방으로 되돌아갔다.
예정보다 좀 늦어진 아침을 먹고 리조트 내를 구경했다. 겨울이 되면 리조트는 스키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스키장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리프트가 있었다. 이 리프트를 타고 정상에 오르자 낮게 깔린 안개 같은 구름들을 볼 수 있었다. 상쾌한 바람이 불었고, 솜사탕 같은 구름처럼 내 몸도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잠자리에 들기 전, B는 영일과 통화를 하며, 추가된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미 B의 설계도를 공유받은 영일도 그 제안을 반갑게 수용했고, 상세한 부분은 휴가를 끝내고 수정하자며 전화를 끝냈다.
휴가를 보내는 3박 4일 동안 몸의 회복 속도가 빨라짐을 느꼈다. 수술을 받은 지 한 달 되었고 몸은 처음 내 병을 진단받았던 시기보다 더 건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