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 비 예보가 있는 2024년 4월 21일 이른 5시 30분에 전라남도 화순 동북쪽에 솟아 광주 무등산과 순천 조계산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백아산에 가기 위해 부평구청 역 4번 출구에 도착했다. 오늘 함께 산행할 낯익은 많은 산우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는 산악회 버스에 탑승하고 있었다. 오늘 산행은 아크테릭스 등산 명품 옷과 잠발란 명품 등산화로 한껏 멋을 내고 중무장한 친구 종원이와 함께 하였다. 등산 명품 의상의 종원이는 오늘 함께 했던 여자 산우들에게 인기 짱이었다.
백아산은 흰 '백(白)'에 거위 '아(鵝)'를 쓴다. 직역하면 '흰 거위 산'이다. 산 정상 근처의 능선을 따라 늘어선 하얀 바위 봉우리들이 흰 거위와 같다고 해서 붙여 친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아침부터 가는 봄이 아쉬워 봄의 발걸음을 붙잡기라기도 하는 듯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려 비구름 뒤에 숨은 거위 모양의 백아산의 하얀 바위 봉우리를 보지 못했다.
오늘의 산행은 백아산 관광목장을 들머리로 삼아 각시바위-능선삼거리-하늘다리-마당바위~천불봉~백아산(정상)-천불봉~삼거리~백아산 관광목장으로 원점 회귀하였다.
백아산 관광목장
백아산 관광목장 저수지
백아산 관광목장 저수지를 배경으로
6·25 전쟁 당시 인민군의 천연 요새로 선택되었을 만큼 깊은 골짜기를 품고 있는 백아산은 등산로에 들어서자마자 가파른 비탈길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힘들어하는 종원이를 채근하면서, 헐떡이는 숨을 고르면서, 함께 한 산우들과 연두 연두에서 초록 초록으로 색을 입히는 이슬비를 맞으면서, 나무계단을 올라 갈림길 안내판을 만났다.
맨 뒤쪽에 종원이가 보인다.
경사 길을 오르다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그마한 동굴을 만나게 되는데 바닥에는 맑은 물이 고여 있었다. 동굴을 지나 빗물 머금은 미끄러운 암릉 지대를 조심스럽게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여 마당바위와 절터 바위를 연결하는 현수교인 하늘다리에 도착하였다. 하늘다리는 '6·25 전쟁 당시 빨치산 주둔지였던 이곳에서 많은 사상자들이 생겼고 그들의 원혼을 달래는 의미'에서 명명되었다고 한다. 다리 중간에 있는 투명 조망 창을 통해 발아래 백아산의 아름다운 산세를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으나 백아산 전체가 비구름에 갇혀 있어서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늘다리를 건너 마당바위에 도착했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에서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마당바위 한편에 이름 모를 이의 무덤이 덩그러니 홀로 마당 바위를 지키고 있었다. 마당바위에서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정겹게 나누어 먹고 다시 백아산 정상으로 향했다. 백아산 정상의 조망은 하늘다리에서와 마찬가지로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백아산 정상석은 비좁은 바위틈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인증 사진을 찍는데 매우 위험했다. 이곳에서 단체 인증 사진을 찍는 도중에 일행 중 한 사람이 바위에 미끄러져 팔을 크게 다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였다. 산행이 있을 적마다 많은 산우들을 위해 갖은 음식을 담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행을 이끌었던 이라 더욱 마음이 아팠다. 빨리 나아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함께 산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구름에 갇혀 있는 하늘다리
마당 바위에서 점심 식사
백아산 정상석
백아산 정상에서 천불동을 지나 도착한 백아산 철쭉 군락지에서 이슬비 맺힌 철쭉 사이에서 종원이와 함께 한껏 뽐내며 꽃보다 멋진 남자로 변신하였다. 백아산 등산로 바닥에는 크고 작은 잡석들이 많아서 미끄럼에 주의해야 하는데 종원이는 하산길에 물에 젖은 바위와 돌에 미끄러져 3번이나 크게 넘어지기도 하였다.
4월의 마지막 일요일 이슬비를 맞으며 시작한 곰탕의 백아산 등반은 시원한 조망은 하나도 보지 못한 채 아쉬움만 가득 남기고 마무리되었다.
백아산 천불동
빗물 머금은 나뭇잎
백아산 철축꽃
백아산 철죽꽃 사이에서
1) 백아산: 무등산 동쪽으로 뻗은 산줄기에서 잠시 벗어나 솟아 있다. 가까운 서쪽의 무등산과 멀리 동쪽의 지리산 천왕봉까지 조망될 만큼 시야가 트여 있다. 산이 석회석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흰 거위 떼를 보는 듯하여 백아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큰 규모가 아니나 산릉이 흰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소나무 숲길과 산죽나무 길을 따라 산행하는 중 볼거리가 많다. 마당바위 부근과 남쪽 능선의 암릉이 대표적이며 철쭉 군락지도 있다.
백아산은 무등산과 지리산을 잇는 요충지라 한국 전쟁 중 조선인민유격대가 진지를 세우고 병기공장을 지어 은거했다. 유격대가 천연 초소격으로 이용했던 마당바위 등 백아산 일대는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가까운 거리에 화순온천이 있고 썰매장 등을 갖추어 일대가 광주광역시의 배후 휴양지로 이용된다. 백아산 자락에는 친환경 농업으로 재배한 토산품인 불미나리 인진쑥즙 생산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