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백중종주)

2024.11.03.

by 이영수

오늘은 울림산악회의 백두대간 4기 남진 졸업 산행이자, 100대 명산 산행일이다. 백두대간 남진의 종착지이며, 백두대간 북진의 시작점이자, 100대 명산 인증지인 지리산 천황봉에서 울림산악회의 백두대간팀과 100대 명산팀이 합동 산행을 시작했다.


지리산은 내륙에서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인 천황봉(해발 1915m)을 품고 있는 산이다. ‘1967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은 경남의 하동, 함양, 산청,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 등 3개 도, 5개 시군에 걸쳐 483.022㎢의 가장 넓은 면적을 지닌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둘레가 320여 km나 되는 지리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봉우리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20여 개의 능선 사이로 계곡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동과 서, 영남과 호남이 서로 만나는 지리산은 단순히 크다, 깊다, 넓다는 것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라고 지리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오늘은 나의 산행 멘토이자 친구인 牛空이 비나 눈, 세찬 바람, 혹한의 살을 에는 겨울 추위, 35°가 넘는 여름의 무더위를 이겨내면서 6년의 긴 시간 동안 대간 산행에 꾸준히 참여하여 백두대간의 북진과 남진을 완성하는 날이다.


나는 牛空의 백두대간 산행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오늘 그와 함께 산행에 동행했다. 백두대간의 마지막 전 구간은 함께 하지 않았지만, 100대 명산팀과 함께 세석대피소에서 牛空을 만나 백두대간 남진의 마지막 구간을 함께 걸었다.


노고단에서 시작해 반야봉을 지나 능선을 따라 영신봉, 촛대봉, 연화봉, 제석봉을 거쳐 천왕봉에 이르는 능선을 지리산 주능선이라 한다. 나는 100대 명산팀과 함께 주능선의 일부를 걸었다. 백무동탐방센터에서 시작해 한신계곡, 세석대피소, 촛대봉, 화장봉, 연화봉, 장터목대피소, 제석봉, 천황봉을 거쳐 중산리탐방센터로 하산하는 약 20km의 코스였다.


지난밤 10시에 사당역에서 출발한 산악회 버스는 음정 마을에서 백두대간 남진 팀을 새벽 3시 10분에 내려주고 백무동으로 향했다. 백무동에 도착한 나와 100대 명산 팀은 새벽 3시 25분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백무동탐방지원센터 갈림길에서 왼쪽은 장터목 대피소로 가는 등산로이고, 오른쪽은 세석대피소로 가는 길이었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세석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백무동의 깊은 어둠 속에서 출발한 세석대피소로 가는 세석길 초반은 거의 평지에 가까운 편안한 길이었다. 초반은 해발고도 550m 정도에서 시작하여 약 1.7km를 산행해서 한신계곡에 접어들어서도 해발고도는 690m에 불과할 정도로 경사가 완만한 아주 편한 길이었다. 세석길 오른쪽에 있는 계곡에는 전날 내린 비로 많은 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산길을 따라 오르다가 한신계곡에 들어서면서부터 등산로는 조금씩 가팔라졌다. 유튜브 영상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한신계곡은 어둠이 삼켜버려 전혀 볼 수 없었고 계곡이 뿜어내는 웅장한 물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철제다리와 구름다리를 건너며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랜턴 불빛에 의지해 어둠 속을 걸었다. 때때로 계곡의 폭포소리가 거세어 위압감을 느꼈다. 어둠 뒤에 숨어 있는 한신계곡의 첫나들이폭포, 가내소폭포, 오층폭포, 한신폭포를 보지 못한 채 약 2시간을 걸어 해발 1100m에서 잠시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새벽 어둠 속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동료의 랜턴 불빛과 가을 하늘의 별들뿐이었다. 도심의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 아래서 잊고 지냈던 밤하늘의 별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새벽 어둠 속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동료의 랜턴 불빛과 가을 하늘의 별들뿐이었다. 도심의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 아래서 잊고 지냈던 밤하늘의 별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세석대피소가 약 1600m 지점에 있으니 현 위치에서 아직도 고도를 500m를 더 올려야 하고 약 1,5km의 거리를 더 가야 했다. 1.5km의 거리에 고도 500m의 아주 가파른 경사길이었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은 터질 것만 같았다.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씩 옮겨 해발 고도 약 1500m 지점에 이르자 비로소 하늘이 열리며 동쪽 하늘에 밝아 오는 여명과 어둠 뒤에 숨어 있는 웅장한 지리산의 산그리메를 볼 수 있었다.

백무동지원센터에서 출발하여 3시간 20분 동안 6.5km의 거리를 걸어서 1차 목적지인 세석대피소에 오전 6시 40분에 도착하였다. 세석대피소에 만난 지리산의 하늘과 산그리메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세석대피소에 먼저 도착한 산타리아님이 준비한 차돌박이 된장찌개에 맛난 아침 식사를 한 후에 牛空과 백두대간 남진 팀을 기다렸다. 牛空을 기다리면서 화장실에 들러서 묵직했던 아랫배를 비워 몸을 가볍게 하고 샘터에 들러 식수도 보충하였다.

대부분의 대간 팀이 세석대피소에 도착해 아침 식사를 시작한 지 10분쯤 지났을 때, 牛空이 도착했다. 나는 뒤늦게 도착한 牛空과 함께 대간 팀 사이에서 한우 구이, 한우 불고기, 어묵탕, 라면, 오삼불고기 등을 푸짐하게 먹고 약 2시간에 걸쳐 긴 아침 식사를 9시에 마쳤다.

오전 9시 10분에 해발 1570미터 높이의 세석 삼거리를 출발하여 두 번째 목적지인 장터목 대피소로 향했다. 세석 삼거리에서 약 20분을 걸어 촛대봉에 도착한 후, 멀리 백무동, 영신봉, 지리산의 주 능선을 조망하였다.

여러 번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듭한 끝에 화장봉에 도달하니, 서쪽으로 노고단과 반야봉이 시야에 들어오며 장관을 이루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마치 신선이 있는 것 같다 하여 연화선경이라고 불리는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화봉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름다운 능선과 연화봉의 모습, 천황봉에 구름이 넘어가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연화봉에 오르며 뒤로 펼쳐진 운해가 마치 환상의 세계 같았다. 비교적 내리막길이 편안한 10분 정도를 걸어 장터목대피소에 도달했다. 이곳은 옛날에 시장이 열렸던 곳으로, 왼쪽에는 백무동, 오른쪽에는 중산리가 보이는 장터목이라 불린다. 장터목대피소에서 약 500미터의 가파른 길을 올라 해발 1800미터 지점의 제석봉에 도착하자, 구름이 천황봉을 덮고 있었다. 제석봉과 통천문 사이 해발 1780미터에서 아름다운 운해를 만나며 인생 사진을 남기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제석봉에서 15분 가량 걸어 지리산의 정상 부근, 통천문이라 불리는 바위에 도달했다. 통천문에서 천황봉으로 향하는 마지막 도전이 시작되며, 약 400미터의 급경사를 오르면 해발 1,915미터에 위치한 지리산의 정상인 천황봉에 이를 수 있었다.

천황봉 정상석 앞면에는 ‘天皇峰 1915M’ 뒷면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언되다’라는 멋진 문구가 쓰여 있었다.

천황봉 정상석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의 행렬은 매우 길었다. 한라산의 백록담과 설악산의 대청봉과 함께, 천황봉 정상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명소임이 분명했다.

천황봉에서 바라본 지리산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구름을 뚫고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지리산은 사진으로는 온전히 담을 수 없으며,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천황봉에서의 짧지만 소중한 시간을 뒤로하고 중산리 쪽으로 내려갔다.

천왕봉에서 하산을 시작한 지 약 10분 후, 천왕샘에 도착하여 지리산의 기운이 가득 담긴 물 한 바가지를 마시고 중산리 탐방지원센터로 하산을 서둘렀다.

천왕봉에서 로터리 대피소까지 2킬로미터에 이르는 급경사 구간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오색약수로 내려오는 길을 연상시키는 돌계단과 너덜 길이 이어졌다.


천황봉에서 하산을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조금 넘어서 법계사를 지났다. 법계사에서 대략 2킬로미터 떨어진 해발 820미터 지점에 있는 칼바위를 지나는 도중, 넓은 바위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앞서 가던 牛空이 놀라서 돌아보며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크게 다치지 않고 가볍게 엉덩방아를 쪘다.


하산하는 길에 법계사 인근에서 시작되는 주황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단풍과 계곡의 풍부한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멋진 소리를 감상하며 지리산의 가을 계곡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오후 2시 25분에 중산리 탐방지원센터를 지나치고도 백중종주를 마치지 못했다. 하산식을 할 식당까지는 중산리 탐방지원센터에서 1.5km를 더 걸어가야 했다. 약 15분간 아스팔트 경사길을 따라 힘겹게 걸으며, 마침내 하산식 식당에 도착해 무박 2일의 긴 지리산 백중종주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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