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관한 꿈이 나오면 엄마가 종종 나온다. 사실 간밤 꿈 속의 원래 내용은 어느 커다란 집으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엠티 비슷한 걸 갔다가, 거기서 원래 알고 지내던 남자와 좋은 감정이 싹 트기 시작해서는 집안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그마한 이벤트가 벌어질 적마다 애틋한 분위기가 간간히 흐르는 내용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 모임이 가족 모임처럼 되어 있었다. 엄마는 역시나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고 다음 날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여기서의 치료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치료였다.
하지만 엄마는 굉장히 밝고 활달한 몸놀림으로 집안 일을 하고 있었다. 기름에 전을 부치는 것 같은 내음이 나기도 하고- 여기저기를 꾸미기도 했다. 식구들도 엄마에 호응하며 일을 돕기도 하고 즐겁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치료에 앞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했던 건지, 주방의 식탁쪽 벽 벽지에 얼룩이 묻어있는 걸 보자 유난히 예민해하며 얼룩 지우기에 한참을 매달리는데, 끝끝내 지워지지 않자 '어떡해... 얼룩이 안 지워져."하면서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는 거였다.
나는 황급히 달려가 벽으로 가서 얼룩을 보려고 했지만 사실 얼룩은 그렇게 큰 것이 아니었고 정 보기 싫으면 다른 걸로 때워서 안 보이게 하면 될 것 같았는데, 그 사이 다른 사람이 그걸 하고 있었고 나는 주저앉은 엄마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애썼는데" 하고 엄마는 중얼거렸고 나는 "맞아, 엄마 많이 애썼다. 많이 애썼다" 하고 반복하며 나도 모르게 같이 눈물을 글썽이며 앞으로 엄마가 받게 될 치료의 험난함을 생각했다. 꿈 속의 상황은 지난 수년 간에 벌어졌던 일들을 좀더 극적으로 묘사한 것 같았다. 사실 엄마 살아계실 적에는 엄마가 치료와 관련하여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걸 본 적이 없었고, 나 또한 꿈 속에서 내가 보여준 정도까지 엄마에게 공감해본 적이 없었다.
엠씨더맥스의 '어디에도'는 특유의 고음 부분때문에 제대로 부를 수 없는 노래다. '결국 우리 사랑 지워내도' 부분은 진짜 어쩌다 한번 부를 뿐 거의 못한다고 보면 되는데, 대개는 소음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정신(?)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한번은 전애인이 자기 방에서 내가 이 노래를 부르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다 진짜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냐고, 꼭 tv보는데 그래야겠냐고 화를 냈던 기억이 있고-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노래는 집과, 집에 있던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난 내 방에서 노래를 곧잘 부르곤 했는데 적당히 부를 수 있는 노래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못해'니 '잘가요 나의 사랑'이니 '내가 저지른 사랑' 따위의 고음 곡까지 부르고야 말았으며, 이때마다 엄마가 아랫집에서 따지러 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방문을 열고 호소를 하곤 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어디에도'는 극악스러운 고음곡 중에서도 탑급에 해당할 곡이었기에 이 노래를 부르면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빤한 일이었다. 처음 불렀을 때의 기억이 생생한데, 그래도 클라이막스 시작 부분인 "그대 내게 오지 말아요"가 나올 때까지는 거실에 있던 엄마가 그래도 '또 시작이네' 정도만 생각할 뿐 나름 인내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고음을 한번 더 몰아치는 "결국 우리 사랑 지워내도"에 다다르자 '결국' 엄마는 또다시 방문을 열고 오만상을 찌푸리며 "아랫집에서 올라온다!" 하면서 하소연을 했는데, 그 뒤 한 번 더 이 노래를-아랫집에서 안 올라왔으니 괜찮을거라는 웃기는 생각을 품었는지-불렀을 때 다시금 똑같은 구절에서 엄마는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 뒤론 이 노래를 부른 가수도 가수지만, 뭣보다도 이 노래 자체가 취향이 아니라 듣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기에 한참동안 이 노래를 접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 몇 년 만에 이 노래가 스포티파이의 추천 플레이리스트에서 문득 튀어나왔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하울링 소리에 반응하는 늑대처럼 또 부르다 "그대 내게 오지 말아요~"하는 클라이막스에 다다를 때, 문득 무리하게 이 노래를 부르다 겪었던 기억들이, '우리 사랑 지워낼 쯤'에 '엄마가 들어올지도 몰라' 하는 기분에 휩싸이게 되었는데 풉하고 웃다가도 뭐라 할까,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한 먹먹함이랄까 싶은 것들이 뒤섞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