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내 어린 시절을, 청소년기를 떠올리면 한숨 나오고 서글프고 안쓰럽다. 그때의 그 마음들에 대한 약간의 회한의 감정도 있는 것 같다. 다시 돌아가도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 않으면서도, 그래도 왠지 더 잘 보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했던, 왜 그렇게 마음을 졸이고 살았는지 왜 그렇게 경직되어 있었는지하지만 역시나, 난 그때로 돌아가도 결국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을 것이고-
어떤 종류의 걱정이란 일종의- 쌓이다 쌓이다 마침내 쉬어버린 생각에 취한, 귀신들린, 환각의 상태와도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들에게 걱정 하는 법부터 배우게 만드는 세상은 혼이 나야 해!)
이상한 것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보다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다행스럽고 그 때의 감정들을 돌이키며 이상한 황홀감을 느끼고, 내 자신이 빛나게 느껴진다. 더 잘 보낼 수 있었던, 더 잘 보낸 것 같은 누군가들의 어린 시절의 빛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나는 그것들을 비교한다기보다는, 모든 과거가 각자의 죽음처럼 완전히 단절된, 절대적으로 고유한 나만의 시간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 고유함에서 황홀감을 느끼는 것이다. 너는 어떻게 살았어도 어떤 식이 되었어도 그렇게 황홀한 시간을 지나온거야...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시간을 돌이키는 나 자신이 된 사실 또한 소중하다. 어떤 시간도 낭비적이지 않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우주에 먼지보다 많은 수의 별들이 있고, 그 별들이 제각기 다른 빛(광년)의 거리에 떨어져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지금 내가 살아온 순간순간을 비쳐온 빛들도 그 우주공간에 그만큼 퍼져있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어떠한 식으로 살고 있든 그 순간을 담아낸 빛이 도달할 지점이 있다는 것. 지금의 나를 비춘 빛이 1년뒤에 도달하는 곳, 10년뒤에 도달하는 곳, 100만년 뒤에 도달하는 곳. 우주의 팽창속도만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의 거리는 그만큼 무한하게 멀어져가겠지. 그렇게 개인의 역사가 새겨진 밤하늘.
아름다움의 비밀은 이 흐름을 느끼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이 반복적인 복기와 회상은 그 자신이 과거에 묻힌다기보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지의 상황에 이르는 흐름에 스스로를 두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