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극우와 파시스트는 땔감일 뿐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과거를 편집적으로 수집하여 맹목적으로 복구하려는 목적과는 모순되게 앞으로의 세계에 대한 상이 불투명한 이들은 ‘최종적으로’ 남아있을 수 없는 존재들이며 이들을 지배하는 건 이 지구를 이 인류를 멸망시키기로 작정한 부류들일 것이다. 이들은 파시스트를 조종하여 기어이 지구를 불살라버려서 멸망할 각오를 한다. 이들은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것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소멸시키고 함께 소멸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악이라고도 부른다. 종교적 뉘앙스가 너무 많이 묻은 말이지만 악은 흉측한 형상도 더러운 냄새도 풍기지 않는, 그저 태양처럼 정결하게 타오르는 종류의 것이라 빛에 중독된 자들은 어둠의 반대라면 무조건 좋은 거라 착각하고 숭배하며 현혹되기가 쉽다.
이들과 맞설 수 있는 존재는 어두움과 지치는 것을 아는 자, 그러나 다시 싸울 생각을 하는 자들이다. 최종의 목적이 아니라 이 삶이라는 현재를 계속 진행시키는 것 그 자체를 위해 계속해서 문제를 찾고 쫓고 제기하고 싸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빛을 추종하지 않고 빛 그 자체에 중독되지 않으며 단지 빛을 활용하여 깨어있고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들은 화려한 빛에 속지 않고 모든 것을 공평하게 시시하게 만든다. 주적일거라고 믿기 쉬울 파시스트들조차 박멸의 대상이 아니라 똑같이 시시해지는 존재로 만드는 자들이다. ‘우리’의 승리는 모든 존재들이 타도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더 대단할 것도 덜 대단할 것도 없이-시시한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