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개기일식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한번 가려진 태양이 딱 한 달 동안 다시 나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떤 동물들은 낮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잊은 채 아직도 잠을 자고 있다. 올빼미가 숲 밖을 나와 도시에까지 출몰한다. 어둠에 잠긴 산이 주는 공포감이 골목의 사소한 것들에까지 스몄다. 일식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건 인류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사람은 태양이 가려졌다고 환호하던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전날 우연히 무심코 보던 일몰을 기억하며 그게 마지막 일몰일줄 몰랐다고 얘기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마지막 일몰의 장면을 악몽으로 꾼다. 언제 끝나는지를 알 수 없었던 사람들 중 1억 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고 그 중 하나가 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감의 많은 부분을 빛에 의존했던 모양이다. 태양빛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나는 얼마나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없었다. 현자의 지혜는 내가 아니다. 나는 모자란 사람이라서, 지혜롭지 못한 모든 생각을 어둡게 하는 지혜를 사랑하지 않는다. 어둠의 깊이란 건 가늠할 수 없다 오로지 어둠 그 자체만이 존재할 뿐이다. 빛을 잃어버린 세상에서의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이 공평한 어둠 속에 나를 묻어두는 일일지도 모른다. 조용히 차분하게 나와 어둠을 일치시켜가며 빛과 어둠의 경계를 더는 생각하지 않기를 기다리며. 내가 말했다. 해가 가려져도 빵은 구울 수 있어 왜냐면 빵을 나눌 사람은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혼자 살고 있고 아침마다 날이 밝는다는 사실에 의존해서 살고 있어 그러니 빛이 아니면 살 수 없어 빵을 굽기 전에 목숨부터 끊게 될 거야.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나를 위해 어둠 속에서 빵을 구워줘. 태양이 없을 뿐 빵을 구울 불과 그 빵을 나눌 나는 있지. 언제까지? 네 마음 속에서 빛을 더이상 상상하지 않을 때까지. ......다시 빛이 나타난다 해도 예전의 그런 빛은 아닐거야. 너는 그 빛을 반기지 못할 거야...... 어둠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나를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