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베이킹 기록들

by 흘흘

지난 겨울에는 일주일에 빵을 세 차례나 구울 때도 있었다. 2월이 춥긴 추웠나.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긴 길었는지, 그다지 빨리 만들 수도 없는 빵들을 왜 이렇게 만들었나... 최근 내 아침의 주식은 오로지 내가 구운 빵들 뿐이다. 원래는 케일을 넣고 주스도 만들었었는데, 케일주스를 수년간 장복했더니 작년 9월에 했던 건강검진 결과, 모든 것들이 정상수치였지만 유일하게 간 수치, 그 중에서 빌리루빈수치라는 것이 나빠졌다. 난 그걸 지나가는 말로만 들었는데, 야채를 갈아서 만든 주스를 마시다보니 정상기준치보다 2배 이상 높아진 게 이번 건강검진부터 분명하게 확인되고 나니 이제는 자제해야 할 때가 됐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난 착즙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 블렌더에 갈아서 섬유질까지 다 마셔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면서도 혹시 케일만 안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채소를 갈아서 먹는 게 몸에 좋지 않다는 얘기가 이젠 거의 상식처럼 되어가고 있는 걸 보고 있으려니 점점 내키지 않게 되었다. 시리얼을 먹기도 하지만 시리얼을 자발적으로 아침식사로 먹는 일이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다. 아침부터 달리기를 할 때는 먹을 수도 있지만, 겨울 들어서는 영하 날씨에 무리하게 달리기했다가 발에 동상을 입는 일도 몇번 겪다보니 이것도 피하게 되었다(양말을 두겹 신으면 될거 같기도 한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일이나 채소 한두 가지에 빵을 먹는 게 아침의 고정적인 패턴이 되었다.

이번 겨울부터 늘 쓰던 터키산 유기농밀가루에서, 국산 밀가루로 바꿔서 굽기 시작했다. 업체에서 배송이 늦어지자 흑밀(쌀에 흑미 있듯이 밀에도 흑밀이 있단다)통밀가루 1Kg짜리 두 봉지에다가 통밀가루도 두 봉지나 더 얹어서 줘서 갑자기 통밀가루 부자가 되어버려서 통밀을 넣고 빵을 자주 굽고 있다. 처음에는 아리흑밀+통밀캄파뉴를, 두번째로 아리흑밀이 100g정도 들어간 식빵을, 세번째로는 호밀와 통밀 위주의 캄파뉴를 구웠다. 쓰던 호밀가루를 다 쓰고나서 다시 이 업체에서 국산 호밀가루를 구입해서 이번에 호밀빵도 구웠다. 통밀가루도 호밀가루와 마찬가지로 빵이 잘 부푸는 편이 아니라서 흰밀가루를 섞어서 구워야 했다. 첫번째로 구웠던 통밀빵은 흰 밀가루 함량이 높은 편이라 볼륨도 큰 편이지만, 세번째 구웠던 통밀호밀빵은, 통밀가루를 200g이나 쓰고, 호밀가루는 125g, 흰밀가루는 110g정도에 사워종을 90g정도 쓴거다보니까 통밀+호밀의 비율이 훨씬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처음 끈적거리는 반죽형태로 되었을 땐 이게 빵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염려되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별 실수 없이 쫀득한 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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