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사람의 삶이 가볍게 뜀뛰기를 하듯이 가버리는 것은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참 갑자기도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대단히 민첩한 걸음이었다 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그 사람은 마지막 발걸음에 힘을 주었고 그것은 하릴없이 그의 얼굴을 일그러지게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는 사뿐히 다음 세상으로 건너 올라갔다
많은 삶들이 삶의 당사자와 엇박자를 돌고 가는 거처럼 보인다 한없이 경쾌했던 삶의 스텝 이국적인 삶의 몸놀림 개인의 삶은 인간세계의 풍속과 관습보다 훨씬 다양함에도 당사자들은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 사람도 그 낯설고 가벼운 삶을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더할 수 없이 우습고 별 볼 일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거나 혹은 허망하기 짝이 없다고 한탄했을지도 모른다 보이는 그대로를 보는 누군가가 그 가벼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다른 누군가는 오해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존엄한' 삶을 이렇게 희화화해도 되는 거냐고-
아니 근데 삶의 존엄함이 무게로 결정되는 건가
그 사람의 원래 삶과,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 갖고 있었던 시선 사이의 격차와 거리감을 생각한다
사실 그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명랑하고 떠들썩거리고 유쾌한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슬펐다 스스로가 참 경박하고 비루하게 살고 있다고 비관했다 하지만 그걸 토로하는 그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들뜨고 흥겹게 들렸다
비통함과 회한으로 가득했던 그의 기도 역시 뜻밖에도 향긋했다 그의 기도는 늘 노랫소리에 가까웠다 그는 감지하지 못했다 그는 오로지 신만을 향했다 신이 그의 기도를 듣게 된 건 기도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의 기도만이 갖는 독특한 억양 때문이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삶은 무심한 태도로 그의 기도를 타고 흐르는 억양을 지켜주었다 그가 박자를 놓치면 삶은 적당히 쉬었다 제 박자로 돌아오도록 도와주었다 삶은 끝끝내 그를 살아주었다
마지막 순간 그의 마지막 발걸음에 힘을 실어준 건 다름 아닌 그의 삶이었다 우주에서의 마지막 공중 곡예라도 하듯 그를 저 만치로 가볍게 경쾌하게 띄워보냈다 알고보니 떠난 것은 삶이 아니라 그였다 삶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 우리와 함께 머무르고 있다 남겨진 억양 남겨진 박자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