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창릉천

달리기의 시

by 흘흘

그거 알아요 정말 아름다운 풍경에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무안함이라는 것을. 너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거기에 내가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 그런데 그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은 오로지 나 혼자뿐이라는 사실도 존재하죠. 왜냐면 같은 장소에 있는 다른 누군가는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4월 말의 창릉천. 토요일이었어요.

하지만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낮에 달리기를 하고 있었지요.

한강 합류부에서 굽이를 돌아 텅빈 천변을 따라 나 홀로 달리고 있었는데

눈 앞에 북한산이

아주 멀리

보였고-


이 모든 풍경을 서술해도 나는 매우 평범한 얘기밖에 할 수가 없을 거 같습니다. 다만 주변은 조용했던 것 같습니다. 바람이 섞인 공기에 모든 소리가 빨려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 사람의 손을 잡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할 것 같았어요. 아니면 그냥 좋은

뭐랄까 문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떠올리는 건 기껏해야 이뿐이고 끝끝내 갖지 못할 것 같군요.


내가 다시 이 아름다움을 마주친다면 내년의 이곳이 아니라 꿈 속에서일 것입니다.

그때의 나는 무안해하지도 않고 내 몫의 아름다움을 거두려 꿈에다 대고 문장을 요구할 것입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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