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사진이 전부야! 나는 내 사진을 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야! 라고 허우적대는 너에게 너는 그거 말고도 지금 하고 있는 게 많아. 못하겠으면 좀 배워. 날 위해서라도 배워. 아니면 하는 척이라도- 돈을 벌라는 게 아니야. 사진만 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을 안 하는 연습을 하라고. 이 공간에, 너와 나 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라고-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너의 연인인 바로 나임을 네가 인정할 수 있었다면. 나조차도 너로 하여금 그런 걸 일깨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그저 너의 예술적 영감과 전율을 충족시키는 뮤즈일 뿐인 현실을 네 스스로 깨우칠 수 있었다면. 너의 ‘예술적’ 손길이 내 살갗에 닿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몸서리쳤는지, 너의 그 오초점된 시선과, 그 애정 없는 현란한 손길에 내가 얼마나 많은 상상을 쏟아야만 했는지, 너의 나에 대한 낭만은, 사실은 나를 통과할 수 없고 내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너의 능수능란한 낭만은 끝나며, 거기에서는 네가 너의 작품에서 결코 허용할 수 없었던 너의 유치함과 조악함이 시작되는 지점일 수 있다는 것을 너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면... 너의 그런 헛된 노력때문에라도 너보다 조금이라도 너에 대한 능력을 가질 수 있는 내가 너와 함께 할 마음을 기꺼이 가졌을지도 몰랐을 것을.
* 요코: 와니베 요코, 사진작가 후카세 마사히사의 전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