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겨울에 눈사람을 그리고는 서둘러 떠났고 휴대폰엔 여전히 눈사람이 더위도 모르는지 목도리까지 두르고 웃고 있다. 누나는 말했지. 엄마가 그림을 그리면 늘 하반신을 그리지 않는다고. 다리도 없이 떠난 그곳은 어떨까 당신이 흩어진 사방- 그래도 수십킬로미터 상공은 추울텐데 흙 속은 축축할텐데 조금만 추워져도 습해져도 이래저래 힘들었던 몸은 이제 어떤 온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기처럼 가뿐해졌나요 얼어도 녹아도 이젠 물처럼 아무렇지 않을까요 끓는물이 식어가며 기포들이 사그라들듯 깰 때까지 만나던 꿈 속에서의 엄마도 이제는 드문드문 조용하게 나타났다 새벽보다 먼저 사라지던데 거리상으로 감도가 떨어져서 그런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보이저보다 빠른 속도로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나요? 거기에서 지구는 점보다 작게 보이나요?더 이상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진 다음부터는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기를 두고 온 것들에 무심하기를 뻔뻔한 내 마음이 안 닿기를 바라도 봅니다
그림: 2023년 11월 17일.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