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단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by 여름

여덟 가지 주제에 대해서 강의를 해주는 이 책은 자칫 뻔한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강요를 하는 여타 자기 계발서와는 다른 책입니다.


"이 여덟 번의 시간이 열 분에게 돈오점수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소나기가 아니라 가랑비 같은 시간이 되어 천천히 젖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단 제 이야기가 끝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은 받아들이고 짓 밝고 갈 게 있다면 짓 밝으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삶의 가치를 바로 세우기 바랍니다. 우리 인생은 몇 번의 강의와 몇 권의 책으로 바뀔 만큼 시시하지 않습니다.


책 맨 앞 저자의 말에 윗 문구를 보고, 오히려 이 책은 배울 것이 많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의견만 맞다는 독단이 보이지 않고 그저 하나의 의견일 뿐 참고만 하라는 말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이고 꽉 막혀있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라는 총 8장의 키워드로 구성된 책인데요. 각 주제마다 인상 깊었던 내용들이 많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존


자존 키워드에서는 "아모르파티"의 뜻이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한테는 트로트에 나오는 단어로 신나는 음악 속에 나오는 재밌는 소절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뜻은 인생의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은 내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나다운 삶을 살자는 뜻을 지닙니다.

우리는 좋은 대학에 나와서 전문직 시험을 합격하고 대기업에 취직하고 자신의 짜놓은 계획표가 있지만 사실 인생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죠.


자존의 한 예시로 언론 고시에 낙방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학과 대학원생이 된 강판권 씨의 예시입니다. 그는 대학원 졸업을 위해서 논문을 쓰던 중 주류의 주제에서 벗어나 자신이 시골 출신이기 때문에 농업에 대해서 쓰고자 마음먹어 '중국의 농업사'로 주제를 바꿨습니다. "촌놈"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활용했기에 결국 박사학위도 받고 "나무열전"이라는 자연과 관련된 책도 쓸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자신이 지닌 것을 들여다보고 존중할 줄 알아야 전인미답의 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순간의 불안감을 잠재워줄 수 있어도 자신을 들여다보면 긴 여정의 나침반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본질


2장의 "본질"이라는 키워드는 제게 가장 감명 깊은 키워드인데요. "본질"의 정의는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사물 자체의 성질이나 모습"이라는 뜻입니다.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 버릴 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미디어가 다양해지고 정보의 양이 넘쳐나면서 어쩌면 우리는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본질을 놓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도 세부 사항에 집중하면 정작 왜 이 일을 하는지 동기 즉 본질을 잃기도 쉽고요.


박웅현 작가가 본질을 찾는 하나의 예시는 바로 수영입니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책의 한 단락입니다.


"시작은 했지만 얼마 하지도 않고 그만둘까 봐 집사람이 매일 걱정을 했어요. 저와 같은 반에서 시작한 사람들이 상급반이 돼서 저 건너 레인에 있었으니, 저만 나머지 반에 남아 있게 된 것이죠. 집사람이 걱정하는 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그만두지 않았어요. 그냥 내 몫을 꾸준히 했죠. 언젠가 집사람이 묻더군요. 창피하지 않냐고, 어떻게 견디냐고요. 그때 제가 대답했어요.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땀을 흘리려고 하는 거니까."

그렇습니다. 수영을 배우는 목적이 '수영을 잘하는 것'이었다면 저는 일찌감치 나가떨어졌을 겁니다. 하지만 수영을 배우는 본질을 저는 "땀 흘리는 것"으로 정했어요. 저는 수영 선수가 될 것도 아니고 빨리 상급반으로 올라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요. 강사에게 잘 보일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본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흔들림이 달라집니다.



위 단락은 저에게도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습니다. 고백한 건데 저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라 남에게 잘 보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이라 정작 무엇이든 본질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한 동기를 생각하기보다 얼마나 인정받는 지를 생각할 때면 금방 지치고 쉽게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한동안은 무엇이든 금방 도전하고 포기하는 스스로한테 질릴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자주 이런 기분을 느끼지만요.

결국엔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헬스장 가기와 같은 사소한 습관들 말이에요.

막상 하려면 늘 죽을 만큼 싫지만 예민한 기질을 다독이는 데는 운동이 본질이라는 결론 앞에서 오늘도 헬스장을 가게 됩니다.


이처럼 본질은 언제나 스스로에게도 꾸준함을 불러일으키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쩌면 남들은 가치 없는 일이라고 여길지 몰라도 자신에게만 납득할 수 있다면 비로소 본질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말처럼 설령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더라도 소명의식을 지닌 사람의 태가 그 마저 없는 사람보다 더 사는 것처럼요.


저는 박웅현 작가가 군대 시절동안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책을 읽었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요. 저도 미래에 대해 막막할 때면 책에서 정답을 찾는 사람이라 더 이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그 당시 신문사에 취직하고 싶어 했지만 정작 읽은 책은 고전 소설인 "안나 카레니나"였습니다. 신문사 취직은 낙방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고전으로부터 인생의 본질을 찾고자 했던 시기라고 회상합니다.


위 행위의 옳고 그름을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작가도 다음과 같이 말하는데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본질을 발견하려는 노력과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 그리고 자기를 믿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뿐인 '나'라는 자아가 곧게 설 수 있으니까요.



#고전


고전은 여러분들께 어떤 이미지인가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따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여타 고전이라면 좋다는 얘기는 늘 듣지만 금방 휘발됩니다.


고전에 대해서 어느 한 독자의 메일을 책의 인용한 구절을 보면,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위대한 문학이나 미술, 음악 등 예술작품들은 본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한테만 좋은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만 좋은 것이 아닌, 전 세계 다수의 인간이라는 종이 느끼는 근본적인 무엇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대는 어느 분야든 금방 업데이트되고 사라져 버리는 데요. 몇백 년을 이어져와 우리에게까지 닿은 고전은 적어도 보편적으로 공감될 수 있는 가치가 입증된 셈이죠.

클래식, 문화유산, 음악 모든 분야에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데요. 우리는 정작 학교에서 비발디에 사계를 계절별로 외우라는 등 수학여행으로 경주까지 가서 정작 첨성대를

제대로 둘러보지도 알지도 못한 채 시간만 때우다 가는 등 고전을 그저 학습해야 하는 따분한 것으로 넘기는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클래식을 들으라는 여타 조언들을 많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이 책의 나온 클래식을 들어보지만 솔직히 아직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몰다우'라는 클래식 곡을 듣고 강물이 흐르는 이미지를 곡의 해석대로 느꼈다는 박웅현 작가의 경험처럼

저도 고루 클래식을 듣다 보면 이러한 전율을 느껴볼 수 있었으며 좋겠습니다.


#견


요즘 시대는 창의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어떻게 증진시켜야 하는지 그 방법이 모호합니다.

광고업에서 창의력으로 살아남은 박웅현 작가도 창의력 증진에 대한 강의를 요청받지만 정작 말로 풀어서 설명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 답은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인데요.

이상에 사소한 장면과 대화에 집중하면 어느새 머릿속에 각인되고 그 아이디어를 다른 상황에서 꺼내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잘보다는 뜻에 견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자연경관이나 예술작품을 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상에 대화나 사물들을 잘 관찰할 줄 알아야 한 다는 것입니다.

견을 가장 잘하는 직업은 다른 아님 시인인데요. 안도현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간장게장에 대한 시처럼 우리는 그저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간장게장에서

시인은 모성애를 떠올리듯이 말입니다.


결국 잘 본 줄 안다는 건 작은 일상에 것들을 관찰할 줄 알고 감동받을 줄 아는 능력입니다.


작가가 견에 대해서 딸에게 언급하는 것이 "온 세상이 태어나는 것처럼 일출을 보고 온 세상이 무너지듯 일몰을 봐라!라고. 하지만 이렇게 거창하게 이야기했다가 괜히 핀잔만

더 들을 것 같아서 말을 바꿨습니다. "여행을 생활처럼 하고 생활을 여행처럼 해봐"라고요


"여행지에서 랜드마크만 찾아가서 보지 말고 내키면 동네 카페에서 동네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도 하고 벼룩시장에 가서 구경도 하면서 거기 사는 사람처럼 여행하는 거야 그게 더 멋져.

그리고 생활은 여행처럼 해. 이 도시를 네가 3일만 있다가 떠날 곳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갔다가 다신 안 돌아온다고 생각해 봐.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서

3일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야. 마음의 문제야. 그러니까 생활할 때 여행처럼 해"


저에게 견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깊숙이 이해시킨 단락입니다. 책의 다음 내용도 견에 대한 좋은 설명이어서 공유하고 싶네요.

"강의가 끝나고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갈 거예요. 절반의 확률로 나는 다시 이 거리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요. 어떤 기분일까요?

그저 살 수만 있으면 좋을 거예요. 무심히 길을 걷고, 퇴근하는 인파에 치여 버스를 타고, 별일 아닌 것으로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의 모든 순간이

다 부러울 겁니다. 그래요 이런 마음으로 일상을 봐야 합니다.

3일 후면 떠날 여행지를 대하듯, 50퍼센트의 확률로 다시 볼 수 없는 거리를 거닐듯 그렇게 말입니다.


단,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롤 중요한 것은 너무 많은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겁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특히 욕심을 부려서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의 삶은 미친개한테 쫓기듯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도망가느라, 뛰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전혀 없죠.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쫓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우리의 삶, 나의 삶을 살면 되니까요.


호학심사, 즐거이 배우고 깊이 생각하라. 이 말에서 더욱 깊이 새겨야 할 것은 심사입니다. 너무 많이 보려 하지 말고, 본 것들을 소화하려고 노력했으면 합니다. 피천득 선생님 딸에게 이른 말처럼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말하는 삶. 어느 책에서 '참된 지혜는 모든 것들을 다 해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것들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끝까지

탐구하려면서 생겨나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이게 지금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길거리의 풀 한 포기에서 우주를 발견하고,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간장게장에서

새로운 세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깊이 들여다본 순간들이 모여 찬란한 삶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4장 견 챕터를 가장 좋아하는 데요. 제가 감상문을 남겼던 유병욱 작가의 "인생의 해상도"라는 책과 비슷한 내용이 많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소중하게 관찰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두 책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일상의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작가의 가치관이 경쟁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는 큰 위안이 되네요.

워낙 책갈피 꽂아놓은 부분이 많은 챕터라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지금까지는 1장~4장에 내용이고 5장~8장의 내용은 이어서 올리겠습니다.

워낙 인상 깊었던 내용이 많아서 글이 길어졌네요.


이 글을 쓰면서 런던베이글의 총괄디렉터인 료님과 "인생의 해상도"라는 책을 집필한 유병옥 작가님이 떠올랐는데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일상의 모든 것들을 잘 관찰하라는 료님의 가치관과 사소한 일상을 잘 관찰하고 의미를 발견하라는 유병옥 작가님의 메시지가 겹쳐 보였습니다.

특히 최근에 "료"님의 유튜브 출현 영상을 인상 깊게 보았는데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본질이라는 메시지가 다시금 떠올랐는데 "여덟 단어"에 자존과 본질이라는 키워드와 엮어서 새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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