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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것은...

by 이슈메이커
어, 이거 오늘까지 가능할까요?

처음엔 가볍게 들리던 말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입사 후 생각보다 자주 들렸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더 무거워졌습니다. 나는 한 스타트업에서 첫 디자이너로 입사했습니다. 이전엔 대행사나 팀 단위에서만 일해봤기에, 작은팀에서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간다'는 설렘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무척 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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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은 없고, 일단 만들어주세요.

입사 후, 처음 맡은 일은 홈페이지 디자인이였습니다. 기획서는 없고, PM이 구두로 설명했죠.

"이건 경쟁사인데... 우리도 이 정도 느낌이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믿고 3일 밤을 새워 시안을 완성했는데, 대표님께서 한 마디 하셨어요.

"너무 예쁜데, 이거 실제 개발이 가능할까요?"

아차 싶더라구요. 개발자와 단 한 번도 소통하지 못한 채, 그저 예쁘게만 만든 결과물은 실제론 구현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처음 느꼈어요.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는 혼자서도 기획자, PM, 개발자의 시선까지 가져야 한다는 것을요...



"그거 내일까지 가능해요?"가 기본값인 조직

스타트업은 빠릅니다 아니! 빨리야만 합니다. 시장 반응을 보며 빠르게 MVP를 돌리고, 피벗할 준비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 속도는 종종 디자인 프로세스를 무시하기도 합니다.

마케팅 팀에서 오전 10시 배너 요청 → 오후 2시 필요

투자 자료용 브랜딩 시안 → 내일 오전 발표

서비스 UI 전면 개편 → 일주일 안에 프로토타입까지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면서도 "왜 아직 안 나왔냐"는 압박이 따라오면, 디자이너는 '결과물 생산기'가 되어버리더라구요, 그게 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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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디자인인가?

가장 힘들었던 걸 떠올려본다면, 사람들의 의견이 너무 많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표님은 '이 색깔이 좀 약해 보여요', 마케터는 '버튼이 작아서 안 눌러질 것 같아요', 개발자는 '그건 CSS로 안 됍니다'.. 네 모두 맞는 말이었지만 그 누구도 디자인의 방향을 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스타트업이라 인력 충원에도 어려움이 있었기에, 내가 '브랜드를 만든다'는 책임감은 결국 결정권이 없는 책임으로 돌아왔고, 혼자 설계하고 설득하고 때론 말려야 했습니다.


내가 느낀 스타트업 디자이너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만든 배너를 통해 실제 전환이 올라가고 내가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신규 디자이너가 입사하고, 내 손을 거친 브랜드가 사용자들 사이에서 회자될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보람이 생깁니다. 네, 스타트업 디자이너는 멋진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자리가 아닌, 혼돈 속에서 방향을 잡는 사람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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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지으며...

우왕좌왕했던 스타트업에서의 디자이너 삶을 보내온지 어느덧 연차가 꽤 쌓였습니다. 그래도 변함없는건 여전히 스타트업에서는 충분한 인력 충원이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이였습니다. 최근들어 디자이너 구독 서비스가 간간히 보여 많은 검색을 해보다 발견한 NEXTIN (넥스트인) 이라는 구독 서비스가 있길래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대표님께 건의해 볼까 합니다.


혹시 필요하신 분 계실 수 있어서 링크 걸어둡니다^^


오늘도 평안한 밤이 되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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