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인 내가 디자인의 정의를 다시 내리니 일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업으로 삼은지 오래지만,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입니다. 기획이 바뀌고, 방향이 뒤집히고, 밤새 작업한 결과물이 하루만에 폐기되는 날들이 반복되면 '내가 지금 뭘 위해 이렇게 몰입하고 있지?'라는 허무감이 찾아옵니다. 그런 날엔 스스로가 작아졌어요. 디자인은 분명 창의적인 일인데, 누군가의 요청서를 해석하고 수정하는 일로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런 어느날, 나는 한 문장을 적어두었습니다. 바로 <디자인은 결과가 아니라, 대화다>라는 문구였죠.
이 문장을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내가 만드는건 정답이 아니라 대화의 시작이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 완벽주의의 무게가 조금 내려가더라구요. 클라이언트의 피드백, 동료의 콘텐트, 심지어 사용자의 반응까지... 이 모든 건 결국 다른 방식의 대화일 뿐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는 그 대화를 더 명확하게, 더 따뜻하게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디자인은 그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피드백을 받는게 너무 지겹더라구요. "여기 색 좀 더 진하게요", "이 버튼 너무 큰데요", "음 좀 밋밋하네요" 등... 그럴때마다 속으로 반박이 차올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되더라구요. 그건 타협이 아니라 통역의 과정이었다는것을요. 내가 이해한 메시지와, 상대가 보고싶은 세계가 다를 뿐. 결국 디자이너의 일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시각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라는 사실이였죠. 그걸 알게 되자 피드백이 조금 덜 상처가 되었습니다.
지쳐서 펜을 놓고 싶던 날, 문득 처음 디자인을 배웠던 순간이 떠올랐어요. 처음 포스터를 완성했을 때의 설렘, 내 디자인을 본 누군가가 예쁘다 했을때의 두근거림, 그 단순한 기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생각했습니다. 결국 디자인은 직업이 아니라 태도였고 세상을 조금 더 보기 좋게, 읽기 쉽게, 느끼기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였죠. 그게 내가 디자인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였더라구요.
디자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멈추고 싶을 때 마다 이건 대화의 한 방식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더라구요. 요즘은 그런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바라봅니다. 클라이언트와의 대화, 팀원과의 교감, 사용자와의 소통.. 그 모든 것을 디자인으로 풀어내는게 내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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