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보는 일'에서 '멈추게 하는 일'로 다시 생각하게 된 날
예전에는 디자인이 화면에서 끝나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배너, 상세페이지, SNS이미지 등. 모니터 안에서는 분명 예뻤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그 디자인이 실제 팝업 공간에 올라간 걸 처음 직접 보게 됐습니다. 백화점 한 가운데,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이었어요. 결과는... 생각보다 너무 쉽게 지나치더라구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디자인이 예쁜 것과 사람을 멈추게 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요.
화면에서 볼 땐 분명 예뻤습니다. 색감도 괜찮고 구성도 깔끔하고 사진도 문제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설치되자 사람들은 고개도 안 돌리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왜 그럴까 가만히 보니 답이 나왔습니다. 화면에서는 중앙이었던 디자인이 현장에서는 시선이 가장 안 가는 위치에 있었고, 모바일 기준으로 만든 레이아웃이 실제 공간에서는 너무 작게 느껴졌고, 조명과 사람 흐름까지 더해지니 의도했던 메시지가 거의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제 기준이 바뀌더라구요. 예쁘다는 말보다 사람이 멈춘다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스크롤을 한 번 더 내릴 수 있습니다. 마음에 안들어도 한 번쯤 더 봅니다. 그런데 오프라인에서는 다릅니다. 사람은 1~2초 안에 통과할지, 들어올지를 결정하더라구요. 입구가 어색하면 그냥 지나가기도 하고, 첫 문구가 헷갈리면 멈추지 않았습니다. 또 뭐 하는 곳인지 바로 안보이면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날 팝업 앞에서 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꺽이는 순간과 그냥 직진해버리는 순간을 계속 보게 됐습니다. 디자인은 그 중간에서 너무 조용히, 하지만 아주 정확하게 선택을 갈라놓고 있더군요.
그 이후로 저는 디자인을 '이게 사람을 멈추게 하는가? 이게 사람을 들어오게 만드는가?'의 시선으로 보게되었습니다. 그래서 화면을 설계할 때도 클릭이 될까의 여부보단 사람들이 멈출까?라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온라인에서 보던 감각과 오프라인에서 느끼는 감각은 생각보다 꽤 다르더라고요.
예전에는 공간 설계라는 말이 좀 추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현장을 직접 보다 보니 알겠더군요.
사람은 늘 같은 방향으로 먼저 고객를 든다는 것
가장 먼저 보는 위치는 정해져 있다는 것
사람들이 오래 서는 자리와 그냥 스쳐지나가는 자리는 항상 다르다는 것
사진은 찍지만,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위치도 있다는 것
이건 화면에서만 일하던 시절에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감각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감각이 쌓이면서 디자인은 더 이상 이미지 작업이 아니라 사람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을 보다 보니 한 가지가 분명해졌습니다. 문제는 디자이너 개인의 감각이 아니라, 이 모든걸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보는 구조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때 로컬덕(LocalDuck)이 하는 방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보기 좋은 팝업을 만드는게 아니라 어디에 설치되고 사람들이 어떻게 지나가고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까지 들어오는지를 처음부터 같이 설계하는 방식이더군요. 그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그냥 디자인이 아니라, 브랜드가 사람을 만나는 현장 전체를 다루는 일이구나'라구요.
예전에는 화면 안에서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요즘은 그 브랜드가 사람을 직접 만나는 현장까지 함께 보고 있습니다. 배너보다 발걸음, 클릭보다 체류 시간, 이제는 그런 것들이 더 선명하게 보이더라구요. 화면에서는 분명 예뻤던 디자인이 현장에서는 아무 일도 못하고 지나쳐질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너무 잘 알게 됐습니다. 만약 지금 브랜드가 온라인에서는 괜찮아 보이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유독 반응이 없고 팝업을 열어도 사람은 많은데 결과는 아쉬운 상황이라면, 그건 디자인이 아니라 현장을 설계하는 방식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로컬덕(LocalDuck)의 팝업을 경험하고선 디자이너로써 느끼는 바가 많아졌습니다. 위와같은 고민이 있으시다면 홈페이지 방문해서 고민을 해결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