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보다 먼저 확인해야 했던 것들
요즘 회사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공간 레퍼런스를 찾고, 그래픽 톤을 맞추고, 안내물과 굿즈를 디자인하는 과정은 익숙하지만, 막상 행사를 실제로 준비하다 보니 다른 고민들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이게 현장에서 정말 문제없이 돌아갈까?”라는 질문이 계속 생기죠.
행사 준비에서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하루에 몇 명이 올지, 어떤 시간대에 몰릴지, 공간이 감당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인지가 정리되지 않으면 이후 모든 결정이 흔들립니다. 디자인이나 콘텐츠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사람 흐름이 무너지면 현장은 바로 혼잡해집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체크리스트의 첫 번째 항목을 방문자 흐름으로 두었습니다. 행사 준비의 출발점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죠.
회의를 하다 보면 “그때 가서 보죠”라는 말이 쉽게 나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말이 가장 위험한 판단이 됩니다. 줄이 길어졌을 때, 체험이 밀렸을 때, 예상보다 사람이 많을 때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지가 정리돼 있지 않으면 운영은 즉흥적으로 변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행사 전체의 완성도가 크게 흔들리게 되죠. 그래서 운영 역할과 판단 기준을 사전에 문서로 정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나면 대개 이런 말만 남습니다.
“사람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줄이 좀 길었던 것 같죠.”
하지만 이 말들은 다음 행사를 준비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느 시간대에 몰렸는지, 어디서 병목이 생겼는지, 어떤 운영이 가장 힘들었는지가 데이터로 남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운영 과정 자체를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행사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경험이 쌓여야 개선될 수 있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죠.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팝업이나 행사를 단순히 대행에 맡기는 방식보다 운영 구조를 함께 설계해주는 방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로컬덕이라는 이름도 알게 됐습니다. 공간이나 디자인보다 먼저 방문자 흐름과 운영 기준, 현장 관리 방식을 정리해준다는 점이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와 잘 맞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직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그때 가서 보죠”라는 말을 덜 하게 됐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이 디자인이 아니라 운영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들어오고, 누가 어떻게 판단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남는지가 정리돼 있으면 현장은 훨씬 안정적으로 돌아갑니다. 아직도 준비 중인 단계이지만, 이 과정을 겪으며 행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