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디자인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그림 잘 그리는 직업이잖아요?'. 처음에는 웃으며 넘겼지만, 점점 이 말이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정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까? 사실 디자이너의 진짜 일은 번역에 가깝다. 누군가의 생각, 감정, 목적을 시각적 언어로 바꾸는 일. 즉,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클라이언트가 '조금 따듯한 느낌으로요' 라고 말할 때, 그 따뜻함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된다. 누군가는 베이지톤을, 누군가는 부드러운 곡선을 떠올린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그 모호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이해 가능한 형태로 번역하는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상대방의 언어를 해석하는 '공감력의 일'이다.
좋은 디자이너는 기획자의 요구를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그 생각을 사용자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전달한다. 예를 들어, '로그인 화면을 간단히 만들어주세요'라는 요청이 들어올 때, 그 '간단함'의 의미는 기능의 축소가 아니라 사용자의 피로를 줄이는 구조일 수 있다. 이 처럼 디자이너는 기획과 사용자 사이의 중간언어를 만드는 존재다. 회사 내부에서 이용중인 NEXTIN(디자이너 구독 서비스)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느낀 것도 이 부분이다. 모든 디자이너가 같은 방향을 보고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이 중간 언어를 공유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진짜 잘 만든 디자인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다. 이미 화면과 구조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맥락을 읽는 능력과 간결한 표현력에서 나온다. 그래서 디자이너에게 중요한건 툴이나 스킬보다 사람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감각이다.
디자이너는 생각의 번역가다. 기획자의 언어를 사용자의 시선으로, 감정의 흐름을 형태와 컬러로 옮기는 사람. NEXTIN에서의 협업은 그 번역의 정교함을 더해준다.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브랜드와 사람들을 하나의 디자인 언어로 연결하는 일. 그게 내가 디자이너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다.